독자이야기

코로나 봉쇄가 있기 전 3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큰 아이는 집에서 5킬로 정도 떨어진 홍췐루로 운동하러 다니는데, 비가 안 오는 날엔 당연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비 오는 날은 내 핸드폰으로 디디(滴滴)를 불러준다.  홍췐루 지역은 이젠 상하이의 핫플레이스로 주말, 평일을 막론하고 오후부터는 교통 체증이 상상 초월이다. 거기에 비까지 오면 평소 15분이면 가던...
이제 여름의 들어서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송송 솟아나는 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거실에 앉아 거두어 놓은 빨래를 갠다. 네 식구의 여름 빨래는 작은 산을 이룬다. 매일 집에서 홈트레이닝으로 땀을 빼며 운동을 하는 남편의 빨래가 제일 많고 두 달 가까이 온라인 수업으로 외출을 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의 옷은 얼마 안...
애석하게도 서울이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네 같은 강북의 변두리도 아니다. 한창 아파트 건설 바람이 불면서 개발된 잠실의 아파트 촌이다. 우리집은 6층의 맨 끝집 608호였는데, 신기하게도 6층의 여덟 가구 중에 네 집에 나와 동갑 아이들이 있었다. 모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다녔고, 그 중에는 같은 반인 남자아이도 있었다. 드라마였다면 세상에서...
“니 아직도 이거 좋아하나? 옛날 생각해서 사왔는데 잘 됐다.” 생긴 건 청담동 깍쟁이 같은데 말투는 구수한 그녀가 노랑 커피 100개를 내밀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고민 없이 챙겨 온 선물이었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달다구리 난 정말 커피를 좋아한다.  어려서 우유는 안 마셔도 엄마 몰래 혼자만의 비율로 다방 커피를 타 마셨을 정도로 좋아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2년 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나타났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온 지구가 들썩거릴 정도로 속수무책 당황했던 것도 잊은 채 그냥 저냥 일상을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3월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며칠 자택 격리를 취하라는 시정부의 통지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던 봉쇄는 끝날 기미가 없다. 3월 겨울 추위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격리는...
스르륵 창문을 연다. 빛나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3층 우리 집까지 누가 누가 더 큰가 키재기를 하며 가슴을 한껏 부풀린 초록 손들 이 인사를 건넨다. 제법 높은 이곳까지 뻗어낸 가지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움이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오늘의 체감 온도는 코끝이 찡하게 추운...
한국에서 한 때 유덕화 장국영 주윤발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홍콩 영화가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기가 바로 그러했다. 그렇다, 나는 그 인기가도에 휘발유를 퍼붓고 다니던 홍콩 영화 열혈광팬 중 한 명 이었다.   내가 중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도 바로 이때다. 홍콩...
4년간의 나의 중국 유학은 밀레니엄을 눈 앞에 두고 유학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애초 계획했던 중국어가 신의 경지엔 접근도 못한 채, 신나고 즐겁기만 했던 학창시절이 끝났다. 그 때 내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그 때 내가 좀 더 치열하게 공부했더라면, 그 때 내가 좀 더 똑똑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출중한 중국어 실력을...
오늘로 핵산 검사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현관문을 자유롭게 나다니지 못한 지 21일째다. 집 안에만 있으면서 검사를 계속하는데 정작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상하이를 세 지역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던 날 확진자가 발생해 지금도 계속 7+7 봉쇄가 지속되고 있다. 끝날 수는 있을까? 제로코로나가 가능할까? 고3인 자녀의 예정된 공인 시험이 2월부터...
2022년 3월 두번째 주 주말, 상하이시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전격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자 전 지역을 푸동, 푸시로 나누어 각 4일간 전면 봉쇄했다. 사람들은 봉쇄를 앞두고 마트 영업시간 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줄을 서고 오전에 매대가 텅텅 비고 마치 전쟁을 연상케 했다. 나 역시 새벽 5시 일어나 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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