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는 상하이 8강, 백학기 감독 초청 강연
고전은 시간이 흘러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법, 순수한 청년 마리오와 위대한 시인 네루다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몰고 왔다. 지난 13일 <책쓰는 상하이> 8강 ‘詩, 영화를 만나다’가 허촨루(合川路) 타이키 커피숍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영화감독이자 시인인 백학기 감독이 선택한 ‘일 포스티노’를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는 칠레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섬 마을로 망명하면서 어부의 아들인 우체부 마리오와 ‘시’를 통해 교감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 포스티노’는 1996년 개봉작으로 시를 소재로 한다. 배경은 이탈리아의 한적한 어느 바닷가, 주요 등장인물은 셋뿐이다. 러닝타임 116분, 같은 OST는 몇 번 반복된다. 자칫 고루하고 심심한 영화라고 오해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느리고 조용한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아름다운 영상으로 눈길을 뺏더니 이내 객석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낄 즘엔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있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흐르던 멜로디는 영화가 끝나고도 귓가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 영화의 매력은 20년 전 관객에게도 그대로 통했다. 1996년 68회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외국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5개 부문 노미네이트됐으며, 음악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백학기 감독은 “시와 영화는 이미지를 표출한다는 의미에서 언어와 영상이 맞아 떨어지는 장르다. 그래서 어떤 해석이나 노력 없이 보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 포스티노’는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시를 절묘하게 풀어낸 훌륭한 작품”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네루다와 마리오의 짤막한 대화로 시의 은유(metaphor)를 설명하고, 마리오를 사랑에 빠뜨린 베아트리체의 관능적인 눈빛까지도 시적인 언어로 표현해낸 감독 마이클 레드포드의 역량을 극찬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을 꿈꿔온 백 감독은 마흔이 돼서야 영화 일을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택한 길이지만, “사람은 역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며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박상윤 작가(상윤무역, 윤아르떼 대표)는 “2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난 후 머릿속에 남은 하나의 단어는 ‘메타포’였다. 은유라는 말로 해석되는 단어를 접한 후에 내게도 시가 찾아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멋진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상하이 교민사회에 인문학적 소양을 전파하는 <책읽는 상하이, 책쓰는 상하이>는 오는 5월 섬진강시인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김혜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