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상훈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건,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인터넷 강의 강사였다. “무슨 과목인데?” 물었더니 아이들이 킥킥 웃었다.
“맞춰봐 엄마.”
결국 그가 가르치는 과목을 알지 못한 채, 잊혀졌던 그를 본 것은 드라마에서였다.
‘누구였더라? 본 적 있는 사람인데?’
세 번째 그를 본 것은 유튜브 채널이었다. 이 사람, 말을 할 때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골라서 사용하는 구나…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좀 어눌해 보인다거나, 좀 답답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그가 유재석, 조세호에게 편지를 썼다며 역시, 어눌한 말투로 읽어 내려갔다. ‘어…어..?’ 하면서 빠져들어 본 것 같다. 이 사람 글을 쓰면 참 좋겠구나, 생각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고 하기에, 한국에서 책을 받아 봤다.
책이 도착했을 때 너무 반가웠지만 첫 챕터를 읽고 다시 덮어두었다. 첫 문장이 마치, 내가 고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숨겨두었던 말 같아서, 쉽게 읽히지가 않겠구나 싶었다.
“밤에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다짐한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처럼 적겠다. 오늘의 기분과 생각 중에 가장 후진 것들을 모아 이곳에 남길 것이다. (중략)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면서 누가 읽을 것처럼 자꾸 단어들을 골라 담기 때문이다. 더 나은 단어와 표현을 탈곡해대느라 한 문장 한 문장이 지지부진하다…. 나는 다시 말해서 누가 읽을 것이 아니라면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32p.
아무도 보지 않을 것- 첫 문장부터 들켜버렸다. 한 참 후에 책을 다시 펴고, 역시 예감했던 대로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을 꾸역꾸역 읽어냈다. 꾹꾹 눌러 담은 단어 하나하나에 공감이 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고, 때로는 책 속의 흔들리는 감정들이 더 이상 40대 중반의 나에게는 지나버린 감정이 되어 버렸구나 싶은 깨달음에 조금 서럽기도 했다.
책을 덮고 나서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매일 한 문장이라도, ‘누가 읽을 것이 아니라면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 ‘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몇 가지, 이것도 내가 썼나? 싶은 (그렇지만 나였다면 글로 써내지 못했을) 문장을 옮겨본다. (특히 세번째 인용구의 “명조체”에 대한 글은 정말 놀라웠다. 나의 경우 그의 ‘명조체’는 ‘바탕체’인데, 나는 지금도 뭔가 워드로 쳐내야 하는 문서는 바탕체만 사용한다^^)
“밤을 즐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일을 축내서 오늘의 아쉬움을 희석하는 사람들. 나는 밤이 되면 당신들의 밤도 나 같은 지 궁금하다. 당신도 나 같은 새벽 2시 21분을 보내고 있는지.” -45p. 밤 벗–
“언젠가 맑고 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명조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어릴 때 바른 생활 교과서에서 보던 글씨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바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115p. 자기혐오-
“우울할수록 땀이 나는 운동을 하면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유행가처럼 자주 듣는다. 아 나는 내 공허함의 이유를 호르몬에서 찾는 너무 똑똑한 사람은 되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면서 유난히 밝은 별은 확실히 인공위성이라는 사실에 맞서 유재하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당당하게 묻기로 한다.” -134p. 납득과 이해-
변영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