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고요? 당연하죠!”
아이들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키즈카페 볼풀장에서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9살 난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의 책 제목을 보더니 호쾌하게 웃어넘긴다. 아니?! 이게 너희들에게 당연하다고?
처음 책 제목을 보자마자 당혹스러움을 느꼈고, 혹시 오해받지는 않을지 걱정했었다. 마치 불온서적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제목 때문에 내심 전전긍긍하던 나였다.
그랬다! 나는 내 아이가 어떤 외모와 성격을 지녔든지 간에, 아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상관없이, 아이를 한결같이 ‘사랑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직접 갈등을 경험하던 엄마이며, 37년간 임상을 다뤄온 정신분석가이다. 문화적인 명령과 자신의 기대에 따른 ‘엄마 역할(어머니 노릇)’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 분노와 두려움을 이 책에서 다룬다. 젖먹이 아기를 귀찮아하고 미워하는 일상적인 마음에서부터 자녀를 살해하게 되는 극단적인 양상까지 그 범위도 매우 포괄적이다.
밀도 높은 문학적 예시와 생생한 실제 사례들이 풍부하게 등장한다. 여성이 부재한 여성 작가의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죽어도 죽지 못하는 ‘드라큘라’에 대한 재해석도 신선하다. 그 파괴적인 진폭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곧 엄마의 역할에 대한 양가감정이 전 생애에 걸친 갈등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아이가 요구가 끝없이 이어지고 좀처럼 만족을 모르는 괴물같이 느껴질 때, 아이의 존재가 나에게 형벌과도 같고, 그로 인한 미움과 원망이 커질 때, 아이 때문에 미쳐버릴까 봐 두렵고, 아이를 내가 공격하여 해치게 될까 봐 두려울 때.
자칫 엄마라는 입장은 자기 욕망에 대해 침묵하기 쉽다. 하지만 엄마와 아이, 서로의 다른 필요 때문에 양가감정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수 있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이와 같은 양가감정이 만들어내는 공간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아이와 자신의 필요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특권을 부여한 사회일수록 어머니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그로 인한 지금 우리가 처한 아이러니한 삶의 단면을 살펴볼 수도 있겠다. 십여 년 전부터 한국의 학교에서는 ‘정서 행동 특성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진행 과정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양육자가 답하며 매년 일정한 비율로 아이들을 관심군으로 선별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과 자살 등의 예방을 위해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좋은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때로는 엉뚱한 결과가 이끌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까다로운 아이를 돌보느라 허덕이며 궁지에 내몰린 엄마는, 아이에게 환자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면죄부를 얻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와 삶을 지켜내기 위해, 저자의 말처럼 양가감정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음의 패턴을 확인해 볼 수 있는 WPI 검사를 창안한 황상민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마음의 아픔은 ‘의식하는 마음’으로 치유할 수 있다. 그 아픔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삶의 아픔과 갈등은 사라지거나 좀 더 견딜만한 것이 되는 것이다.
책 속의 사례들을 보면,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엄마 책 속의 사례들을 보면,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엄마가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 자기 투사일 수도 있고, 아이를 다루기 어렵게 만들면서 자신의 자유를 대리 충족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이 또한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부족을 스스로 책임지려 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며 극단적인 만족을 꾀할 수 있다.
우리는 미워하는 감정을 거두지 않고는 두려움의 정체를 살필 수 없고, 자신을 비난하면서 해법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대로 양가감정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며 스스로 삶의 이정표를 만들고, 내 삶에 적용되는 나만의 창의적인 해법 또한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는 내 아이를 어떻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 상황에서 내 아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을 기대했다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또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길래, 그 상황이 어땠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길래 나의 감정이 건드려졌는지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서로가 가진 마음에 대해서 보다 섬세하게 이해하는 것,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 그것을 통해 우리는 도덕적 비난에서 벗어나 나의 관점을 회복할 수 있다. 나의 마음으로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있는 생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최혜령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