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 교육칼럼] 졸업 축사](https://shanghaibang.com/wp-content/uploads/2025/07/20250703175240_8665.jpg)
졸업 시즌이다. 명사들의 졸업사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뉴스 기사를 통해 처음 관심 있게 읽었던 졸업사는 빌 게이츠의 연설이었다. 하버드 중퇴생인 그가 30년 만에 명예학사 학위를 받은 2007년, 그는 하버드 시절은 경이적인 경험이었다고 자평하면서도 후회스러운 한 가지를 이야기했다. 세계의 지독한 불균형,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부와 건강, 기회의 심각한 불평등에 대한 진정한 인식 없이 하버드를 떠났다는 사실 말이다. 만약 하버드 졸업생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본인들의 힘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가장 위대한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그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미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내 교육 철학의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여러분은 이제 X 됐습니다”라는 충격적인 말로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졸업 축사는 로버트 드니로의 연설이다. 뉴욕 예술대(TISCH)의 졸업식에서 그는, 이제부터 사회에 나가면 수많은 거절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악담(?)을 했다. 대학 입시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이보다 간명하게 압축하기가 어려워서 학부모 간담회나 강연에서 아직도 잘 써먹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억하며 인구에 회자되는 졸업 축사는 2005년 스탠포드에서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 아닌가 한다. 서체 수업 청강이 훗날 Mac컴퓨터에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를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된 사례를 들며 그는 “점들을 연결하라(Connecting the Dots)”고 말했다. 자신이 창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던 경험이 훗날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지 질문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간절히 원하고 바보처럼 우직하게 해 나가라는 그의 마지막 글귀는 지금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모든 게 풍족하고 넘쳐나는 시대에, 간절함이 얼마나 큰 동력이 되는지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조앤 K 롤링이 하버드 졸업 축사에서 실패의 이점과 상상력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 연설도 꼭 들어보라고 추천한다.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다트머스 졸업식에서 “전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실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너스레를 떤 것도 그냥 웃어넘길 수 없다.
아이비리그의 졸업 축사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영예로운 일이고 화제가 될 만하다. 그러나 오늘 나의 선택은 서울대 졸업식에서 허준이가 한 연설이다. 시인을 꿈꿨던 수학자답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 줍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이제 부모님 슬하를 떠나 새로운 출발을 앞에 둔 청년들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내며 나도 한 마디 덧붙여본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 자신의 것입니다. 자기답게 마음껏 펼쳐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