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체코 자동차 브랜드 스코다(Skoda, 斯柯达)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철수를 넘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합작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퇴출 경쟁’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26일, 폭스바겐그룹(大众汽车集团)은 스코다가 2026년 중반 중국 시장에서 공식 철수한다고 밝혔다고 화사시보사(华夏时报社)는 전했다. 약 20년간 이어온 중국 사업을 종료하고, 향후 인도와 동남아 등 성장성이 높은 지역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스코다 측은 철수 이후에도 기존 중국 고객을 위한 보증 및 애프터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스코다의 철수 배경에는 전기차 전환 실패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코다는 2005년 전후 상하이폭스바겐(上汽大众)과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독일차 품질 +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빠르게 입지를 넓혔고, 옥타비아(明锐), 슈퍼브(速派), 코디악(柯迪亚克) 등 주요 모델로 대중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2016~2018년에는 연간 판매량 30만 대를 넘기며 전성기를 맞았고, 2018년에는 약 34만 대를 판매해 중국이 최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선 동시에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스코다 판매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판매량이 10만 대 이하로 급감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고, 2024년에는 1만 7500대, 2025년에는 약 1만 5000대 (점유율 0.1% 미만)로 사실상 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상태다.
유통망 축소도 뚜렷하다. 한때 500개가 넘던 딜러망은 2026년 3월 기준 78개로 줄었고, 상당수는 폭스바겐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전환됐다. 독립 4S 매장은 이미 대부분 문을 닫았다.
문제의 본질은 제품 경쟁력, 특히 전기차 전략 부재에 있다.
스코다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MEB)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출시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화에 실패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환경에서 전동화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점차 주변화됐다. 자동차 분석가 조우유에(周跃)는 “스코다는 가성비 좋은 독일차 이미지로 성장했지만, 중국 브랜드들이 성능·스마트 기능·가격 경쟁력에서 빠르게 추격하면서 그 강점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합작 브랜드와 차별화도 어렵고, 동급 가격대에서도 경쟁력이 부족해 시장 입지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코다는 재고 정리, 딜러 전환, 서비스 체계 유지 작업을 진행 중이며, 300만 명 이상의 기존 고객은 폭스바겐 그룹의 지원을 받게 된다.
스코다 철수는 개별 브랜드 문제가 아니라, 중국 자동차 시장 구조 변화의 단면으로 평가된다.
2018년 이후 중국 자동차 시장은 성장 둔화와 함께 경쟁이 급격히 심화됐다. 특히 2023년 이후에는 전기차 대 내연기관차, 중국 브랜드 대 합작 브랜드, 신생 기업 대 전통 완성차 업체 간의 가격 경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며, 중저가 시장부터 중고가, 심지어 프리미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한 브랜드는 빠르게 도태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을 떠난 글로벌 브랜드는 적지 않다. 스즈키(铃木), 피아트(菲亚特), 아큐라(讴歌), 르노(雷诺), 지프(Jeep), 미쓰비시자동차(三菱汽车) 등 역시 브랜드 영향력 약화, 제품 경쟁력 부족, 전동화 대응 지연 등 공통된 문제를 안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변화를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산업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 시대에는 엔진, 변속기, 섀시 등 기계 성능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현재는 소프트웨어, 전자·전기 아키텍처, 데이터 기반 기술이 경쟁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저우유예 분석가는 “전동화·지능화 전환이 심화된 지금, 기술이 경쟁의 핵심이 됐다”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브랜드는 역사와 규모와 관계없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합작 브랜드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ID 시리즈는 기대 대비 판매가 부진하고, 혼다·토요타의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결국 시장은 전기차 + 스마트 기술 중심의 경쟁 구조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나는 흐름이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