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서 “상하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 급증”라는 말을 봤을 땐, 솔직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렇구나, 숫자가 그렇다더라, 하고 가볍게 넘겼다. 코리아타운 근처에 살지만, 내가 알던 사람들은 오히려 하나둘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코로나 이후로 ‘한국 사람이 많다’는 체감은 없었다. 늘 비슷한 일상과 익숙한 풍경. 그래서 더 무심하게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날씨가 좋았다.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바람은 가볍게 스쳤다. 이런 날은 괜히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우리도 시티워크나 할까?”
그렇게 가볍게 나섰다. 목적지는 신톈디(新天地).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외국인들로 붐비는, 익숙한 활기를 알고 가는 곳이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어딘가 결이 달랐다. 풍경은 같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소리가 달랐다. 유난히 한국말이 많이 들렸다. 발 디딜 틈 없이 이어진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억양이 공기처럼 번져 있었다.
“여기서 찍어!”, “다시 한 번!”
웃음과 셔터 소리가 겹치며 거리는 또렷한 장면이 되었다. 그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인증샷을 남기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설명을 건네는 자녀들, 여행의 들뜬 기운을 숨기지 못하는 가족들. 서로 다른 얼굴들이었지만, 그 장면을 흐르는 언어는 하나였다. 여러 번 지나온 곳이었지만, 그날의 신천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사람을 피해 조금 떨어진 카페로 들어갔다. 피신하듯 들어갔지만, 그 안도 조용하지는 않았다. 겨우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 옆자리에서 또 한국말이 들렸다. 가족 단위로 여행 온 듯한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이어지자, 순간 고개가 멈췄다. 분명 낯선 곳인데, 이상하게 익숙해져서 명동이나 홍대, 혹은 서울의 어느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 그 어긋난 감각이 괜히 웃음을 나게 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그 흐름 속에 있었는데,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니 전혀 다른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음이 느슨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 온 기분이었다. 이런 날은 괜히 더 오래 머물고 싶어 진다. 그 순간, 창밖을 보다가 낯익은 얼굴이 스쳤다. 설마 하고 다시 본 그때,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저 맞아요.”
몇 년 전 PT를 받았던 코치였다. 예상치 못한 반가움에, 우리는 잠깐이지만 환하게 인사를 나눴다. 한국에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을, 이 익숙한 도시의 낯선 한가운데서 만나다니. 상하이는 넓은데, 세상은 이상하게 좁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순간은 오래 남았다.
우연 하나가 하루의 결을 바꾸고, 스쳐갈 뻔한 시간이 조용히 기억이 되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 정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구나. 뉴스 속 숫자가 눈앞의 장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상하이를 여행하는 예능을 본 적이 있다. 화면 속 거리는 내가 매일 지나던 곳과 다르지 않았지만, 전혀 다른 도시처럼 보였다.
같은 장소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어쩌면 여행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목적지. 그 경계는 생각보다 쉽게 바뀐다. 오늘의 북적임과 몇 번의 우연 덕분에, 나 역시 이 도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익숙해서 스쳐 지나가던 풍경이 문득 낯선 얼굴을 하고, 나를 붙잡던 하루.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이 도시를 오래 사랑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상하이 린(166032364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