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러 지역이 시간대별로 다르게 전기 요금을 부과하던 ‘고정 요금제’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26일 인민일보(人民日报)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구이저우·후베이·산시(陕西) 등에서 시간대별로 부과하던 전기요금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요율을 지방정부가 정하는 대신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중국은 40년 넘게 시간대별로 고정적인 전기요금제를 운영해왔다. 기존 제도는 정부에서 피크 시간대와 일반 시간대, 심야 시간대로 나눈 뒤 각각 다른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낮에는 전기 사용량이 많아 요금이 비싸고, 밤에는 수요가 적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하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시간대를 나눠 전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다만 최근 전력 공급 구조가 크게 달라지면서 기존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함께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의 전기 요금제가 새로운 전력 구조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낮 시간 햇빛이 강할수록 전력 공급량이 많아진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가격도 내려가야 하지만, 기존 제도에서는 여전히 낮 시간을 피크 시간대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싸야 할 때 비싸고, 비싸야 할 때 싸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전력 현물시장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사실상 전국 단위 성급 전력 현물시장을 구축했다. 전력 현물시장은 실시간 입찰을 통해 현재 수요와 공급 상황을 반영해 전기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현물시장 가격은 기존 고정 시간대 가격보다 훨씬 정확하고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정책 방향 역시 시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전력 중장기 시장 기본 규칙’을 통해 시장 거래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정부가 시간대별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허베이, 후베이, 산시(陕西), 지린, 윈난, 충칭, 랴오닝, 허난, 광동 등은 고정 시간대 전기요금제를 취소한 상태다. 지역별로 시장 참여 사용자 전체를 새 제도에 포함하는 ‘전면 적용’ 방식과 단계적으로 시장 가격 비중을 확대하는 ‘점진 개혁’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고정 시간대 요금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피크·심야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실제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과 적은 시간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력 판매회사들이 다양한 요금제를 설계해 시장 가격을 반영하게 된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