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제일 아래쪽이니 당연히 봄이 일찍 찾아왔을 테고, 너무 늦어서 꽃구경도 못하고 오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그래도 혹시’ 하는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아뿔싸, 제주도를 참으로 오랜 시간 무려 8여 년을 아련한 기억 속에 그리워만 하다 보니 제주가 기후 변화가 상당하고 바람도 아주아주 많은 곳이었다는 것을 깜빡했었다.
제주에 있는 4일 동안 봄기운은커녕, 봄을 시샘하듯 찾아온 찬 바람과 ‘고사리 장마철’이라며 하루 걸러 내리는 비로 춥고 상당히 축축한 제주를 만나고 왔다.
코로나로 인해 비행기 타고 여행 가기가 뚝 끊기기 전에는 제주도를 자주 찾았었다. 한창 더웠을 여름만 피하고 다양한 계절에 자주 다니며 이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구해 볼까 나름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제주앓이를 했던 적도 있었다. 어느 섬과 비교 하느냐에 달린 답이긴 하겠지만, 아주 큰 섬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제주도는 동서남북 어느 곳을 가도 흥미로운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는 곳이다.

가운데 자리한 한라산에 이르는 길에 있는 친절하게 완만한 여러 오름들과 곳곳에 무성하게 우거진 여러 곶자왈들이 서로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어느 쪽으로 가도 곧 바다를 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아마도 그래서 한동안 이 제주도를 못 잊어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제주도로 향하며 당연히 예전에 갔었던 맛집들이 궁금해졌다. 맛집 가기가 여행의 전부는 아니지만, 우연히 찾아 낸 맛집이 혹은 좋은 평이 달린 집이 정말 제대로였을 때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고 그 여행이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다. 예전에 갔었던 국수집, ‘굳이 제주에서까지’ 하며 찾아 갔던 새우튀김집과 카레집, 다양한 두부 요리를 맛보았던 곳 등 흑돼지 삼겹살과 갈치구이가 아니더라도 다채로운 음식을 경험하게 해주었던 제주였었다.
이번에 만나 제주는 예전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마치 변심한 애인을 마주한 듯, 바람 불고 추웠던 날씨처럼, 쌀쌀하고 쓸쓸했다. 숙소를 잡은 곳이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여행객들 만나기도 뜸했고, 예전에 대기하다 들어갔었던 맛집은 다른 식당으로 바뀌었고, 말도 못하게 줄을 섰던 어떤 식당은 이제는 기업이 되어 밀키트를 팔고 있었다. 처음 듣는 떡집이 제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선물 떡집이 되어 있었고, 상해에서도 먹는 소금빵이 제주에서도 잘 팔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외국인들을 관광지나 올레길에서 여행객으로 마주쳤었는데, 이번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여러 국적들의 외국인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찾은 제주에서 마주한 이 변화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나로서는 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맛집을 찾아 내긴 힘들었지만, 그 사이에 제주도에도 근사한 카페가 많이 생긴 모양인지 바닷가는 말 할 것도 없고 산 중턱에도 멋진 카페들이 제법 많았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도에서 이래저래 마음에 상처만 받고 돌아올 뻔했는데, 멋진 카페들과 곶자왈에서 만난 엄마와 아기 사슴 덕에 바람 맞은 듯한 쓸쓸한 기분을 잘 덮고 이번 제주도 여행도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했다.
올해 안에 제주도를 다시 한번 가 볼 생각이다. 한 때 사랑했던 제주도가 정말 바뀐 것인지, 아니면 내가 때와 장소를 잘못 찾았던 것인지 제대로 확인해 봐야겠다.
수다쟁이(kijihe202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