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이야기

뉴스에서 “상하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 급증”라는 말을 봤을 땐, 솔직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렇구나, 숫자가 그렇다더라, 하고 가볍게 넘겼다. 코리아타운 근처에 살지만, 내가 알던 사람들은 오히려 하나둘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코로나 이후로 ‘한국 사람이 많다’는 체감은 없었다. 늘 비슷한 일상과 익숙한 풍경. 그래서 더 무심하게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날씨가...
아우성 치는 어린 초록 사이를 걷다 보면 ‘살아있음’이 새삼 감사하다. 서울에 오면 지인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와 수다가 참 좋다. 좌충우돌 해외 생활을 함께한 인연으로 중국어, 영어, 한국어를 뒤죽박죽 섞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젊은 시절의 성실함을 그대로 장착한 채 당신들의 ‘화양연화’를 잘 매듭짓고, 그 자양분으로 인생의 후반전을 펼치고 있는 그들이...
‘잘 사나’ 건조하기 짝이 없는 세 글자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한국을 떠나 살다 보니 노란 채팅창은 가족이나 동네 절친들의 전용 창구가 됐다. 핸드폰을 지배하는 초록 채팅창을 비집고 나타난 노란 채팅창.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 날짜를 거슬러보니 1년 전이다.  세 글자로 안부를 확인하는 습관은 강산도 변한다는...
오랜만에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제일 아래쪽이니 당연히 봄이 일찍 찾아왔을 테고, 너무 늦어서 꽃구경도 못하고 오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그래도 혹시’ 하는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아뿔싸, 제주도를 참으로 오랜 시간 무려 8여 년을 아련한 기억 속에 그리워만 하다 보니 제주가 기후 변화가 상당하고 바람도...
가장 빠른 길을 버리게 된 건 딸기 때문이었다. 막내 아이가 딸기를 좋아한다. 냉면 그릇만 한 그릇을 가득 채워줘도 금세 비워낸다. 나는 늘 휴대폰 앱으로 과일을 주문했지만, 동네 과일 가게에 가면 같은 딸기를 절반 값에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소한 차이라고 넘기기에는 매일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간격이 컸다. 아침을...
딸아이와 함께 공원을 걷다가 나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잔디 한가운데서 꼬리를 활짝 펼친 공작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깃털은 눈부시게 화려했고, 그 자태는 어딘가 도도해 보였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우리 엄마를 닮았네.” 연세가 있으신데도 늘 단정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외출할 때면 밝은 색...
책에 밑줄을 긋는다는 건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책 결벽증이랄까. 다 읽고 난 후에도 새 책처럼 아무 자국 없는 게 좋아서 꾹 눌러 펼치지 않는다. 책의 가장 슬픈 서사는 뭔가 튀긴 자국을 가졌거나 접힘을 당한 것, 어쩌다 물에 젖어 마르면서 우는 페이지가 섞인 것이라 생각한다. 읽다가 갖고 싶은...
‘장애인의 날’ 돌아본 상하이 건축의 변화와 포용 설계의 현재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이 되면 우리는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 분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나이·성별·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철학이...
이름 없는 손에서, 한 세기의 울림으로     서울에 가면 안국동 옛 풍문여고 자리에 위치한 공예박물관 상설 전시장을 자주 들른다. 익명의 여인들이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으며 펼쳐냈던 인내와 그 시대가 규정한 한정된 역할 안에서도, 살아 숨쉬던 예술성을 수틀 위에 쏟아 내며 느꼈을 그녀들의 카타르시스를 만나는 일은 벅차고...
이사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아무래도 타국 생활을 하다 보니 살고 있는 곳에 깊은 정을 쌓을 새도 없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몇 년에 한번씩 동네를 옮겨 가며 살고 있다.  워낙 ‘익숙해짐은 곧 지루함’이라는 생각도 있고 지루함을 싫어 하다 보니 이사를 통한 생활 환경의 변화가 싫지는 않았는데, 몇 년 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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