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이야기

고요하고 말끔하게 정돈된 집안을 서성이며 들이치는 햇살이 만들어 내는 명암과 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어른거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은 평화롭다. 집안 이곳저곳에 툭툭 자리하고 있는 소소한 가구들, 세상 쓸모없으나 정겨워서 살아남은 소품들, 책장에 얌전히 줄지어 서있는 서적들…… 그들은 나와 함께한 긴 시간을 머금고 있다. 세월따라 거실의 색과 분위기는 부지런히 바뀌어...
60가정의 손으로 담근 60kg 김치, 상하이에서 만난 한국의 겨울     상하이에 사는 한중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다니는 ‘다누리 한글학교’에서 특별한 겨울 행사가 열렸다. 바로 한국의 전통 문화인 김장을 직접 해보는 체험 활동이었다. 나는 다누리 한글학교에서 유치부 보조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이번 김장 행사에도 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중 다문화...
  어느새 12월이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계절과 방학에 개의치 않고 서울을 오가다 보니 어느새 연말, 세월에 뒤통수 얻어 맞은 느낌이다. 2025년 1월을 펼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2026년 새 달력을 열어야 할 때다.        예전에는 연말이 다가오면 달력을 바꾸는 것과 함께 수첩도 새로 장만해 연락처들도 정리해 옮겨...
올해는 거실 벽에서 창문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반짝반짝 전구를 달고 도톰한 털실을 활용해 서프라이즈 벽 트리를 만들어 볼까? 식탁보는 트리 모양이 포인트로 들어간 빈티지 스타일로 바꾸고, 캔들 홀더와 컬러 향초도 맞추고… 집 안 구석구석을 딸애 크리스마스 취향으로 꾸며가며 나는 신이 나서 흥얼거리고, 감출 수 없는 설렘과 함께 기분은 내내 ‘맑음...
[사진= ‘Uncertain Journey’ Long Museum 2022] [사진= ‘In Silence’ Long Museum 2022] [사진= ‘Where are we going?’ Long museum 2022] 치하루 시오타(Chiharu Shiota)의 작품을 만나기도 전에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의 인상은 평범한 이웃처럼 푸근했고, 세련됨을 어색해하는 속 깊은 사람처럼 친숙해 보였다. 작가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이미 차고 넘쳤다....
상하이에 사는 한국 사람들 특징 ‘자기가 살던 동네에 꼭 한 번씩 가본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말이 나오길래 나는 단박에 아니라고 했다. 정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져 잠시의 일정으로 한국에 갔다가 그 놈의 코로나가 터지면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나도 안다. 코로나라면 다들 소설...
  반가운 친구가 다녀갔다. 일년에 두 번,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 되면 조용히 찾아오는 향기로운 친구 계화 꽃이 조용히 피었다가 살그머니 갔다. 꽃송이가 크지도 않아서 피었는지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 이 꽃은 꽃 피울 만한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바람에 자기의 존재감을 실어 보낸다. 계화 꽃 향기는...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나? 눈치를 살피며 큰 소리가 날세라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분위기… 우리 집엔 입시생이 있어요! 한국이든 중국이든 입시를 겪어본 부모라면, 이 장면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대학입시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입시생 아들을 둔 친구도, 요즘 ‘입시 터널’을 헤쳐가고 있는 중이다. 평소엔 느긋하고 온화한 성격의 친구이지만, 아들...
가을 빛이 완연한 목련 나무가 댕고마니 거실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본다. 떨어진 나뭇잎들은 중정을 뒹굴고, 붉어진 단풍은 한여름의 더위와 푸르름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다. 이렇게 초록의 추억을 완벽하게 배반한 한국의 가을은 내 향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상하이 더위도 한 풀 꺾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푸르름이 교묘하게 남아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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