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컨디션이 괜찮나? 눈치를 살피며 큰 소리가 날세라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분위기… 우리 집엔 입시생이 있어요!
한국이든 중국이든 입시를 겪어본 부모라면, 이 장면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대학입시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입시생 아들을 둔 친구도, 요즘 ‘입시 터널’을 헤쳐가고 있는 중이다. 평소엔 느긋하고 온화한 성격의 친구이지만, 아들 얘기만 나오면 예민해지고 한숨부터 쉰다.
“기숙사에 사는 아들이 주말에만 집에 온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가오카오(高考) 끝날 때까지 쭉 학교에서만 공부했으면 좋겠어, 매일 집으로 통학하면 난 아마 제 명을 못 살거야.”
지난주 3일 연휴로 집에 온 친구 아들, 학교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보니 많이 초췌해진 모습이다. 친구는 가슴이 아파 아침 식탁에서
“요즘 많이 힘들지? 오늘 하루는 좀 쉬면서…”
말을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들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며 “정말 그래도 돼?”하고 반문한 뒤 “그럼 오늘 하루는 절대 딴소리 하지 마!” 휙~ 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어 낄낄거리며 쇼츠를 보는가 싶더니 이내 “어! 앗! 아~ 진짜~” 씩씩거리며 게임하는 소리가 들린다. 말 한마디에 바로 탕핑(躺平)하는 한심한 아들의 모습에 친구는 “오늘만큼은 봐주자”는 생각으로 심호흡을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하지만 늦은 오후까지도 공부가 뒷전인 아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애써 태연한 척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눈은 자꾸만 시간을 확인한다.
“못난 놈, 어떻게 ‘쉬어’라는 한마디에 염치없이 하루 종일 놀고 있냐? 상하이에서 가오카오를 보면 985, 211는 아니더라도 1본(本)은 가야 될 거 아니야! (985는 중국 탑 대학, 211는 상위권 대학, 1本은 지역 우수대학)”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잔소리를 겨우 삼키며 “과일 먹을래?”, “뭐 필요한 건 없어?” 이런저런 구실로 은근슬쩍 방문도 열어보고, 문 앞을 서성이면서 ‘이제는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무언의 눈치를 주지만, 아들은 태평하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더 참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나 결국은 친구가 집을 나와버렸다.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나온 집, 발걸음이 향한 곳은 동네 슈퍼마켓이다. “얘가 소고기 졸임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언제 속 끓였나 싶게 아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만 가득 들고 있는 자신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마음은 초조하고 조마조마하다. ‘눈치 코치도 없는 이 놈 자식이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불안한 생각으로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도 모른 채 아들 방문을 살짝 열었다. 그새 아들은 침대에 뻗어 자고 있다. ‘으이구 못살아! 웬수야’ 방문을 닫고 뒤돌아서며 어이없게도 ‘자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며 손은 빠르게 폰을 터치한다. “입시는 체력싸움이라는데 지난 번에 좋다는 영양제를 더 사야겠네.” 그러면서 속으로는 가오카오까지 며칠 남았는지 다시 날짜를 체크하며 마법같은 주문을 외워본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터널을 지나면 빛이 보일거야. 견디자!”
*’탕핑족(躺平族)’은 경제적·사회적 희망을 잃은 청년들이 적극적 경제활동을 거부하고 집에서 보내는 삶을 택하는 현상
상하이 린(166032463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