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날’ 돌아본 상하이 건축의 변화와 포용 설계의 현재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이 되면 우리는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건축 분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나이·성별·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철학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 속에서 휠체어 경사로, 점자 블록, 음성 안내, 수어 영상, 그림 안내판 등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이 당연하게 자리 잡기까지, 건축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장애인은 도시 외곽 시설에 격리되었고, 이후에도 공간 자체는 바뀌지 않은 채 보조 장치만 덧붙이는 방식이 이어졌다.
격리의 시대
“도시 밖으로 밀려난 존재”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사회는 장애를 ‘포용’이 아닌 ‘격리’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장애인들은 도시 외곽의 보호 시설, 특수학교, 수용 기관 등에 강제로 머물러야 했다. 시설이 도시 외곽에 위치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은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당시 건축은 보호와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간은 개인의 성장이나 자율성보다 통제와 효율, 위생을 우선시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장애인은 선택권 없이 그 안에서 살아가야 했다. 특히 19세기 후반 등장한 ‘우생학’은 이러한 격리를 더욱 정당화했다. 장애인은 ‘열등한 존재’로 규정되었고, 사회의 유전자 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격리 대상이 되었다. 이 시기의 건축은 결국 사회적 두려움과 편견, 그리고 유사 과학이 만들어낸 ‘격리의 공간’이었다.

[사진 = 우생학 지지 포스터]
기능 보조의 시대
“공간은 그대로, 장치만 추가”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많은 장애 참전용사가 생겨났고,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장애인은 더 이상 시설에만 머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195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운동이 시작되었고, 1961년 미국 표준협회(ANSI)는 최초의 접근성 기준인 ‘A 117.1’를 발표했다. 하지만 법률과 규정에 진전이 있었음에도 건물의 기본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 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그저 ‘추가 요소’로만 존재했다.
경사로는 존재했지만 동선은 불편했고, 엘리베이터는 건물 구석에 배치되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지판과 난간, 손잡이는 설치되었지만 기존 건물에 덧붙여진 형태에 그쳐, 길 찾기는 여전히 시각에 의존해야 했다. 화재 경보와 안내 방송은 대부분 소리로만 이루어져 청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았으며, 인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복잡한 동선과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판 역시 여전히 미흡했다. 결국 장애인은 공간에 적응해야 했고, 건축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포용의 시대
“공간 자체를 다시 설계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건축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보조 장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두를 고려한 공간을 설계하는 ‘포용적 건축’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상하이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배리어 프리가 만든 공존의 공간
상하이 ‘핸디컵 펍’


[사진= Handycup Pub]
상하이 창닝구에 위치한 펍 ‘핸디컵(Handycup)’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이 곳은 배리어 프리 설계를 갖추고 있다. 입구의 경사로는 휠체어가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완만하게 설계되었고, 벽에는 점자로 된 이 업소의 전체 평면도가 걸려 있다. 바 카운터는 휠체어 사용자와 일반 손님이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이중 높이로 설계되었으며, 수어 도표가 준비되어 있어 청각장애인과의 소통을 돕는다. 또한, 이곳은 맥주뿐만 아니라 점자 워크숍, 독서 모임, 전시 등 다양한 배리어 프리 활동도 제공한다.
핸디컵 창업자 샤위제(Xia Yujie)는 자신의 장애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편하게 술을 마시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꿈꿨다. 그는 “장애인도 똑같은 사회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냥 편하게 들어와서 술 한잔 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완전한 무장애 설계
‘상하이 엑스포박물관’

[사진= 상하이 세계엑스포박물관 배리어 프리 활동]
푸시 빈강(滨江)에 위치한 상하이 세계엑스포박물관(World Expo Museum)은 설계 단계부터 무장애를 고려했다. 신축 당시 BIM(건축정보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휠체어 사용자의 동선을 최적화했고, 물리적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벽을 미리 제거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智慧世博馆’ 앱의 ‘시각 보조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전시품을 음성으로 설명해주고, 화장실까지 음성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한다. 박물관 곳곳에는 안내견 음수대와 무장애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유네스코는 이 박물관을 ‘환경 무장애, 정보 무장애, 태도 무장애’ 세 가지 축을 모두 갖춘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장애인의 날’이 남긴 질문
‘장애인의 날’은 단순히 장애인의 권리를 기념하는 기념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왔고, 무엇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이다. ▲19세기, 우리는 장애인을 도시 밖으로 밀어냈다. ▲20세기, 우리는 장애인을 위해 장치를 추가했지만 공간은 변하지 않았다. ▲21세기인 지금, 우리는 마침내 공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존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앞으로의 건축은 장애인이라는 특정 집단이 적응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채윤(SMIC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