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중국 영화시장 매출이 152억 위안(약 3조39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대형 흥행작 부재와 콘텐츠 양극화가 시장 침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여름 성수기(暑期档)가 반등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영화 통계 플랫폼 덩타전문판(灯塔专业版)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올해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는 152억 위안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흥행 1위는 44억2000만 위안을 기록한 영화 ‘비치인생3(飞驰人生3)’가 차지했다. 이어 ‘표인: 풍기대막(镖人:风起大漠)’, ‘경칩무성(惊蛰无声)’, ‘곰출몰: 해마다 곰과 함께(熊出没·年年有熊)’,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给阿嬷的情书)’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저예산 영화인 ‘할머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는 현재도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종 매출이 17억 위안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체 시장 분위기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중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너자2(哪吒之魔童闹海)’와 같은 초대형 흥행작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박스오피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특히 연중 최대 성수기인 춘제(설) 연휴 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흥행 양극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부 상위권 영화에만 관객이 집중되면서 중간 규모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했고, 10억~30억 위안대 흥행작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장 부진은 영화업계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중국 주요 영화·극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일부 기업은 자금난으로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업계 역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 증권사 궈신증권(国信证券)에 따르면 중국 상위 10개 극장 투자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8.1%에서 올해 30.3%까지 상승했다. 중소 영화관들의 폐업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하이 하지량스컨설팅(夏至良时咨询管理)의 양화이위(杨怀玉) 선임연구원은 “대형 지식재산권(IP) 기반 영화와 특수효과 블록버스터 부족이 핵심 병목 현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영화업계는 AI 기술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보나필름그룹(Bona Film Group)은 최근 AI 영화 제작 플랫폼 ‘보카 영화 클라우드 스튜디오’를 공개했으며, AI 기반 극장용 영화 ‘삼성퇴: 미래의 과거(三星堆:未来启示录)’는 상영 허가를 받았다.
또 화처필름영화(华策影视)는 약 5억 위안을 투자해 AIGC 연구소를 설립하고 AI 연산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섰다. 올해 1분기 관련 매출은 약 7000만 위안으로 증가했다. 아이치이(爱奇艺)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궁위(龚宇)는 “이르면 올해 여름, 늦어도 가을·겨울에는 완전 AI 생성 상업영화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만으로 영화산업 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양화이위 연구원은 “AI는 제작비 절감과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현재 영화시장의 핵심 문제는 콘텐츠 획일화와 관객과의 감정적 단절”이라며 “결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다음 달 시작되는 여름 영화 성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열린 중국 전국 영화 발표회에서는 160편이 넘는 신작이 공개됐다. 역사 전쟁영화 ‘펑후 해전(澎湖海战)’, 중국 유명 코미디 감독 자링(贾玲)의 신작 ‘전념화개(转念花开)’, 애니메이션 ‘대성굴기(大圣崛起)’ 등이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스파이더맨(蜘蛛侠) 시리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할리우드 작품들도 순차적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