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추가 강화한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7일 3개월 만에 다시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7일 펑파이신문(澎湃新闻) 등은 인공지능(AI) 칩 분야의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자 국무원 부총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담에서 젠슨 황은 “중국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 깊이 발전하고 미중 무역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중국은 엔비디아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계속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속에서도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사이에 낀 기업으로 젠슨 황은 그간 중국 방문 일정에서 고객 방문, 직원 연간 행사에 참여할 뿐, 정부 기관과 관련 조직과 공식 회담 일정을 갖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를 강화한 시점과 맞물려 이뤄진 이번 중국 방문에서는 젠슨 황 CEO가 가죽 재킷을 벗고 정장 차림으로 공식 회담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이목이 집중됐다.
젠슨 황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H20 칩에 대해 무기한 수출 제한 조치를 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는 엔비디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으나, 중국 시장에 30년 넘게 뿌리 내린 기업으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과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이뤄왔다”면서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제품 체계를 계속 최적화하여 확고부동한 의지로 중국 시장에 서비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및 중국 홍콩에 H20 칩 수출 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데 이어 14일에는 해당 조치가 무기한 적용된다는 통지를 받았다.
H20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1분기 중국 시장 전용으로 출시한 AI 칩으로 성능 면에서 최신 칩인 블랙웰(Blackwell)과 큰 격차를 보이나, 대부분의 중국산 AI 칩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딥시크 열풍 이후 현지 빅테크 기업이 앞다퉈 H20 칩을 구매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H20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할 경우,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 사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4년 초 H20 칩 출시 전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엔비디아의 연간 손실액은 140~180억 달러(19조 9000억원~25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