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가 AI 시대에 맞춰 조직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16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에 따르면 알리바바 우용밍(吴泳铭) CEO는 ‘알리바바 토큰 허브(Alibaba Token Hub·ATH)’라는 새로운 사업군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직에는 알리바바 AI 핵심 부서들이 대거 통합됐다. 통의(通义) 실험실, MaaS 사업부(바이롄·百炼), 첸원(千问) 사업부, AI 혁신 사업부가 포함됐으며, 기업용 AI 네이티브 업무 플랫폼으로 알려졌던 ‘우콩(悟空) 사업부’도 이번 개편을 통해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겉으로 보면 AI 사업 역량을 한곳에 모은 조직 통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단순한 사업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알리바바는 ‘제품’과 ‘트래픽’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지난 20여 년간 인터넷 산업 경쟁 속에서 형성된 방식으로, 각 사업 라인이 독립적인 연구개발과 마케팅 예산을 갖고 DAU(일간 활성 사용자)나 GMV(총거래액)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러한 제품 중심 조직 구조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이 제기됐다.
알리바바는 조직의 기본 단위를 ‘제품’에서 ‘토큰(Token)’으로 전환하는 실험에 나섰다. ATH 출범은 생산의 핵심 요소가 ‘인력’에서 ‘토큰’으로 이동하는 환경에서, 대형 기술 기업이 조직 운영 방식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Agent)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AI 서비스의 사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질문하고 AI가 답하는 구조여서 토큰 사용량 역시 인간의 사용 시간에 따라 제한됐다.
그러나 새로운 구조에서는 사용자가 목표만 제시하면 AI가 작업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이를 처리한다. 이 경우 토큰 소비량은 인간의 입력 빈도와 관계없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토큰은 단순한 AI 결과물이 아니라 AI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연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한 기업 중 하나다.
2026년 춘절 기간 알리클라우드는 ‘Coding Plan’이라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AI 네이티브 개발 도구 오픈클로(OpenClaw)의 인기에 힘입어 컴퓨팅 수요가 예상보다 급격히 늘었고, 당초 몇 주간 진행될 예정이던 신규 고객 할인 이벤트도 출시 2주 만에 조기 종료됐다.
이 사례는 AI 연산 수요가 수십 배, 수백 배까지 급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품별로 자원을 나눠 관리하는 기존 조직 구조가 대응 속도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알리바바는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모델,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체인으로 묶는 조직 재편에 나섰다. 핵심 부문을 통합하는 수직 구조를 통해 모든 부서가 동일한 지표 체계 아래 협력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ATH 출범을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알리바바 내부 운영 체계의 ‘업그레이드’로 평가하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기업의 조직 구조도 함께 진화해 왔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인터넷 시대의 제품 중심 방식으로 AI 사업을 운영하는 가운데, 알리바바는 AI 중심 논리에 맞춰 조직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실험에 나선 셈이다.
이 변화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지만,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미래 경쟁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