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모 한국대학 설명회를 상하이 어느 국제학교에서 개최할 예정이니 우리학교 학생들 중 관심있는 학생들은 참가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애가 셋이다 보니 국제학교를 17년째 보내고 있는데 한국대학 관련해서 처음 받아보는 친절한 메일이었다. 매년 상하이저널이나 다른 학교 엄마들이 알려줘서 설명회가 있나 보다 했는데 올해는 이런 메일을 받고 나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매년 한국 대학으로 가는 한국학생이 한 두 명 씩 꾸준히 있는데도 애들 학교는 한국대학에 대한 정보제공은커녕 한국 대입 서류 작성 시 필요한 양식을 축적해 놓지도 않아서 매번 학교에 직접 가서 설명해야 했고, 사무직원 실수가 계속 나와 우리가 직접 꼼꼼히 체크해야 했다. 심지어 둘째 대학 갈 때는 코로나 기간이라 학교와 소통도 쉽지 않은 데다 초등 4년 간의 기록이 전산 실수로 통째로 날라갔다고 해서 나를 기막히게 했다.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그렇게 첫째 둘째 보내고 나니 결론은 내신 성적 공인 성적만 좋으면 우리나라 대학은 어느 대학이든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설명회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딱히 갈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고3 딸이 자기 친구랑 같이 가서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한국 친구겠지 생각하고 방과 후 바로 택시 타고 가라고 허락했다.
딸은 처음 설명회 장소에 도착했을 잘못 찾았나 생각했단다. 대학 설명회를 들으려고 온 사람들이 온통 여자 어른들 밖에 없어서 놀랐고, 학생들은 정말 자기들 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학 갈 당사자가 와서 들어야지 엄마들이 공부하는 학생들 대신 와서 듣고 질문하는 게 너무 이상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까 10년 전 처음 한국 대학 설명회 기웃거릴 때 나도 애 없이 혼자 갔었다. 당연히 시간도 수업 시간대로 잡아 학생들이 참가하기가 불가능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상식이 다른 문화에서는 아닐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놀란 것은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것이었단다. 영어 메일이 와서 당연히 다른 나라 대학 설명회처럼 영어로 진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단다. 생각해 보니까 일본대학 설명회 갔다 왔을 때도 영어로 진행이 됐다고 했던 거 같다. 같이 간 레바논 친구에게 계속 통역을 해주고 있으니 입학사정관이란 분이 다가와 끝나고 따로 상담해주겠다고 했단다. 거기서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을 잘 들었다고 너무 만족해했다. 레바논 친구는 그 입학사정관이 케이팝스타처럼 생겼다고 너무 좋아했단다. 내 머리론 상상이 가지 않지만.
레바논 친구는 의대 지망생이고 부모님이 상해 쌍어(双语) 학교에서 일하고 계시고 레바논이 전쟁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레바논 대학이나 유럽으로 진학하기가 쉽지 않아 근처 아시아 대학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몇 년간 우리 딸과 친해지면서 한국에 관심이 부쩍 많이 생겼고 오늘 설명회를 계기로 한국으로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단다.
3년전 둘째 때도 이스라엘 학생이 우리 딸이 카이스트에 가면 자기도 가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6개 지원 대학 리스트에 카이스트는 없었지만 그냥 지원했었다. 동행지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 친구는 성적도 좋아서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그 해에 IB 시험이 취소되고 그 전에 보았던 모의 고사로 대체되는 바람에 다들 멘붕에 빠졌고 입결도 엉망이었다. 당연히 둘 다 떨어져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애들 학교에서 한국인은 아니어도 카이스트에 입학한 학생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암튼 우리나라 대학도 이젠 다른 나라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나라가 됐고, 이 번 설명회를 계기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우리 딸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동기가 되어 다행이다.
걍걍쉴래(lkseo7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