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처리하려다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은 재재(再再)협상과 FTA로 인한 피해층 구제대책을 선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민노당은 FTA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2007년 4월 한·미 FTA가 체결될 때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7일 “미국과의 FTA는 안 된다는 식의 근본주의적 반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16일 “FTA는 피할 길이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여당 때는 “한·미 FTA는 한·미관계를 지탱할 기둥”이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참여정부 때 FTA를 시작·타결했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말을 바꾸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FTA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게 잘못됐다는 반성문을 쓴 게 야권 전체를 대표하는 견해는 아니다.
FTA 비준에 관한 한 친노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과 늘 반목했던 민주당 정 의원이나, 노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하다가 태도를 달리한 국민참여당 유 대표보다 훨씬 성숙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FTA 재협상 타결 이후 통상협정으로 피해보는 계층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강화하고 통상협상 때 국회 견제기능을 확대하는 ‘통상절차법’을 만들자고 요구해왔다. 민주당이 정말 FTA로 피해를 보는 국민을 걱정한다면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데 진지함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손학규 대표는 17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준비해간 ‘FTA 4대 불가론(不可論)’ 원고를 10분간 읽고 나왔고, 김진표 원내대표는 18일 청와대 오찬에 불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는 걸로 정치활동을 시작하는 게 관례가 되다시피 한 민주당 지도부가 이렇게 앞뒤가 다른 행동으로 나오는 것은 집권전략의 중심인 야권연대가 깨질까 봐 반미(反美)세력에 끌려 다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2008년 12월의 ‘해머국회’ 재판(再版)을 만드는 것은 일자리에 목을 매고 있는 회사원과 현장 근로자, 대졸 실업자들을 절망하게 만들 뿐이다. 민주당은 보완대책을 서두르는 쪽으로 국회 전략을 바꿔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