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해외 외화벌이 노동자 감시 목적으로 파견한 요원들에게 “1인당 매년 10만달러의 충성자금을 상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해외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김정은 체제에 공식적으로 내야 하는 돈 외에 임금을 별도로 착취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노동자 임금 전액 뜯어
북한은 외부 사조 유입 차단을 위해 해외 노동자 50명에 한 명꼴로 보위부 지도원을 파견한다. 이 지도원 한 명이 매년 10만달러를 상납하려면 노동자 1명으로부터 매달 평균 167달러씩을 빼앗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의 월급은 파견국과 업종에 따라 300~1000달러 선이다. 통상 이 돈의 80%는 충성자금, 세금, 보험료, 숙식비 명목으로 소속 외화벌이 회사를 통해 노동당 39호실(김정은 통치자금 관리)에 송금된다. 실제 소득은 60~200달러인 셈이다. 그런데 ‘보위부 상납’이 더해졌으니 이제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위부의 이번 충성자금 상납 지시는 북한의 노동자 송출이 올 초부터 급증한 것과 관련이 깊다. 우리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2010년 5월 가동)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로 달러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한은 올해 들어 중국에 최소 4만명, 최대 12만명의 노동자를 파견하기로 하는 등 노동자 송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한두 놈 탈북해도 상관없으니 외화벌이 노동자를 최대한 파견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대북 소식통은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송금이 북한의 유일한 돈줄로 각광받다 보니 정권기관마다 인력 송출사업을 놓고 이권을 다투는 상황”이라며 “노동자 감시 업무를 맡아온 보위부의 경우 조직운영 자금을 위해 임금 갈취라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 사각지대 놓인 북 노동자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 착취 외에도 각종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보위부 요원들의 철저한 감시·통제 때문이다. 외출 통제와 TV 시청 금지는 물론이고 ‘군기 잡기’ 차원에서 폭력·가혹행위가 수시로 일어난다. 현지 북한 관리자들은 본국에 한 푼이라도 더 상납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최대한 착취한다. 소식통은 “하루 12~14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2주에 하루 쉬면 다행”이라며 “일부 여성 노동자의 성우 성매매도 강요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부족한 상납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주로 녹용·사향·웅담 밀거래에 관여하고, 아프리카 진출 노동자들은 북한 공관원들과 결탁해 면세 주류와 담배를 현지 술집에 판매한다. 중동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직접 밀주(密酒)를 제조해 현지에 진출한 남아시아와 동남아 노동자들에게 판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