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지난달 말 북한 내 수십 개 군(郡)을 돌아보고 나온 세계식량기구(WFP) 관계자들로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북한이 정말 굶주리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WFP는 현재 북한의 식량난이 17년째 이어져온 연속선상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올해 유독 두드러진 현상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또 보리 등 몇몇 작물의 작황이 지난해 유달리 나빴다고 보고했지만 북한의 농산물에서 이들의 비율은 10%를 넘지 못한다. 보리의 수확량이 반토막 났다 해도 전체적으론 2, 3% 준 것에 불과하다. 미국에 식량을 달라고 손 벌리는 나라는 수십 개에 달한다. 그래선지 북한은 최빈국인 앙골라·짐바브웨에까지 식량을 구걸하며 “우리가 가장 굶주리는 나라”란 시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치국가 미국이 국고를 털어 식량을 대주려면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WFP로부터 그런 근거를 제시받지 못한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 자체 조사단을 들여보내 진실을 따진다는 구상에 들어갔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식량지원 카드의 끈을 놓지 않는 건 그것이 가진 다목적 용도 때문이다. 불량국가 북한이라도 굶주리는 국민들을 돕는 건 글로벌 리더 미국의 인도적 의무다. 또 식량지원 과정에서 평양과 자연스레 접촉함으로써 핵협상 물꼬를 틀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객관적인 지원기준을 확립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해 항구적인 식량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과거처럼 ‘묻지마’ 식으로 식량을 퍼줬다간 김정일과 군부가 버릇대로 대부분을 빼돌릴 게 뻔하다. 주민들의 허기만 키우고 국제사회의 손길은 다시 얼어붙을 것이다. 진정한 인도적 지원이라면, 자선냄비에 돈을 넣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자선단체 근무자들이 돈을 빼돌리는지, 또는 줄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돈을 몰아주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렵사리 모인 성금이 진짜 어려운 이웃들의 손에 들어갈 때 비로소 지원자들의 일이 끝나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