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박 5일 커플 여행을 하고 나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홀로 집에서 열공하고 있던 고3 딸이 자기 딴엔 서프라이즈라고 문 열고 들어오는 나를 활짝 웃는 얼굴로 새끼 고양이를 안고 맞이했다. 순간 뭐지?! 하고 불길한 예감으로 물었고 딸은 엄마가 평소에 길냥이들을 좋아하는 거 같아 고민 끝에 레바논 친구에게 분양 받아왔다고 한다. 내가 길냥이들이어서 좋아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그 친구 집은 길양이들을 데려다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도 하고 자기 집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어느 정도까지 키우다가 야생에 적응하면 내보내 독립시킨다고 한다. 그 중에 한 마리를 내 딸이 데리고 온 것이라고 했다.
“네가 지금 그런데 신경 쓸 때냐?”
“두 달 후면 상하이를 떠날 텐데 책임도 못질 애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
“너 학교 갈 땐 누가 보살필거냐?
“내가 언제 집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했냐?”
나는 솟아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풍 잔소리를 10분 정도 하고 이성을 되찾은 것 같다.
우리 주택단지안엔 길냥이들이 많다. 단지 위챗방에는 10년 넘게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니까 밥을 주지 말라고 난리고 누구는 길냥이 덕분에 우리 단지에 쥐가 없어 얼마나 좋냐고 하고. 나는 후자 쪽이다. 예전에 개 고양이 다 키워봐서 그 존재들에 애정이 간다. 딱히 위협적이지도 않고 먹을 게 없으면 개체 수를 알아서 조절할 것 같기도 해서 예뻐는 하되 밥을 주지는 않았었다.
어느 날 가끔 우리집에 찾아오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자, 고양이 부부가 각기 색깔이 다른 새끼 네 마리를 낳아 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우리 집에 밥을 먹으러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 고양이 가족들이 귀여우면서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내가 계속 밥을 줘야 하나 난감해하던 걸 눈치챘는지 그 후로 부부고양이는 거의 안 오고 새끼고양이 네 마리만 와서 먹곤 했다. 몇 달이 지나자 그들도 자연에 적응했는지 이젠 점박이 한 마리만 꾸준히 와서 끼니를 해결하고 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딸이 집고양이를 데려오니 그 존재에 대한 책임감에 너무 부담스러웠다.

신기하게 그 새끼 고양이도 자기가 환영받지 못한 존재라는 걸 아는지 내가 1층에서 왔다 갔다 해도 절대 2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오며 가며 슬쩍 뭐하나 쳐다보면 혼자 밥 먹고 물먹고 뒹굴뒹굴 놀다가 침대에서 평화롭게 잘도 잤다. 딸이 늘 세상 피곤한 얼굴로 매일 귀가했는데 요 며칠 아주 오랜만에 기쁘고 신나는 모습으로 2층에 뛰어올라가는 것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고양이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고 힐링이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고민이 시작됐다. 언제까지 키워야 하나.
오랜 시간 대화 끝에 6월 전까지 독립하지 못하면 그 레바논 친구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하고 그때 까진 우리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빨리 자연에 적응하도록 낮엔 부지런히 정원에서 놀게 했다. 수컷이어서 그런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활발하고 말도 잘 듣고 멀리 가지도 않고 부르면 놀다 가도 바로 나에게로 왔다. 천재냥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젯밤엔 사료 외에 다른 음식을 먹길래 웬만큼 커서 괜찮을 줄 알고 내버려 뒀는데 새벽에 토했고 엄청 비위가 상했을텐데 딸은 나를 깨우지도 않고 자기가 다 치웠다고 한다. 치우고 보니 새끼고양이는 토하고 나서 편해졌는지 바로 잠들어 코를 골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한다. 암튼 지금 아프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웃는 딸을 보면서 다른 생명을 책임지며 한층 성숙해진 딸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걍걍쉴래(lkseo7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