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후 송파대합창단 자격으로 대학생 두 딸과 함께 광복 80주년 기념 합창공연을 한다. 광복 50주년까지 들었는데 벌써 80주년이라고 해서 내가 한국을 떠나 산 세월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대 후반 아들도 같이 하자고 했으나 도무지 넘어오질 않았다. 8월 14일 목요일 오전 공연이라 어차피 회사원인 아들은 참가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들은 대학 입학 이후 10여 년간 한국에 살았고 상해한국학교도 3년 정도 다녀 한국문화 역사 인식이 두 동생들보다 그나마 있어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냥 다같이 하고 싶은 내 욕심이었다. 두 딸은 상하이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에서도 영어 중국어만 배우다 보니 우리나라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도 경험할 수도 없었다. 나는 주변언니들의 자녀 역사교육을 보면서 나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어렸을 때 부터 육룡이 나르샤, 선덕여왕 등 사극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역사에 흥미를 갖게 했다. 고학년이 됐을 때는 사회문제도 관심을 갖게 하려고 5.18관련 영화, 1987, 독립투쟁관련 영화, 최근엔 하얼빈까지 보게 했다. 한국어 읽기가 능숙하지 않다 보니 한국어 책을 같이 읽지 않는 한 스스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어 동영상을 주로 이용했다. 다행히 상하이 몇몇 교육단체에서 한국청소년을 상대로 역사기행,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찾아서’와 같은 이벤트나 행사를 매년 꾸준히 주최해준 덕분에 감사하게도 우리아이들의 역사교육에 많은 도움이 됐다.
애 셋이 이제 완전히 한국에 정착한다고 생각하고 동네 신문을 읽어봤다. 매년 8.15 대합창단을 1500명 모집해서 3번에 나눠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고 한다. 7곡을 부른다고 한다. 독립군애국가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강산, 아름다운 나라, 아!대한민국, 홀로아리랑, 광복절 노래, 내나라 내겨례. 곡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일석삼조라고 생각했다. 노래 가사를 통해 의미와 발음연습도 하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동질감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도 고취시켜 나와 공감대가 더 많아질 거란 자그마한 희망도 있었다.
우리는 등록 후 한달 반 기간 동안 가사를 다 외우기로 했다. 수시로 자꾸 부르다 보니 정말 안보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첫 연습 갈 때는 마지못해 가는 얼굴이었지만, 대학교수이신 음대교수님이 재밌고 위트있게 잘 가르치고 연습을 하고 가서인지 피아노에 맞춰 소리 높여 부르더니 끝날 때쯤엔 오길 잘했다고 즐거워해서 나를 흐뭇하게 했다. 구청에서 광복 80주년 로고와 함께 태극기 팍! 박힌 흰 티셔츠까지 받고선 함박웃음을 지었다. 3회 연습을 끝내고 이틀 후 공연이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애들도 엄청 설레어 한다. 얼마나 장관일지. TV에도 녹화방송 된다고 하니 신경써서 잘 불러야겠다. 애들과 광복 80주년을 이렇게 온 마음으로 맞게 돼서 정말 기쁜 하루가 될 것 같다.
걍걍쉴래(lkseo70@qq.c0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