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돈 6만 위안을 빌려줬다. 4년 전에. 그녀를 알고 지낸 지 3년쯤 됐을 때였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였고 너무 열심히 즐겁게 일하는 친구여서 항상 응원하고 금전적으로도 필요하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곤 했다. 한번은 한국 돈 500만원 정도를 한 달 정도 빌려달라고 했으나 왠지 진짜 돈으로 얽히면 순수한 우정이 망가질까 봐 핑계를 대고 잘 넘어갔다. 그 후론 절대 돈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그런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생각보다 더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생활력도 강하고 재능도 많아서 그 친구와 같이 어울리는 것이 참 즐거웠다.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늘 돈도 잘 벌고 여러 방면에 재능도 많아 취미생활도 적당히 즐길 줄 아는 멋진 친구였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3년간 영업을 거의 못하게 되고 수입은 없고 생활비 가게임대료는 매달 나가다 보니 재정적으로 너무 큰 타격을 받았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바로 한국에 돌아갈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고 얼굴 보기도 힘들고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웠다. 이번엔 내가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친구에게 이 정도는 일만 시작하면 금방 갚을 수 있는 액수라고 생각했다.
돈을 빌려주면 돈도 친구도 잃는다고 하지만 나는 돈을 빌려주고 못받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나도 한 때 동네 대만 친구한테 급할 때 중국 돈 60만 위안을 6개월간 빌려 쓰고 이자 6%를 주고 서로 신뢰하게 되면서 정말 둘도 없는 좋은 친구 사이가 됐다. 지금 그 친구는 남편 따라 일본으로 갔지만 아직도 우리는 위챗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20년지기 절친이다.
나중에 그 대만친구가 원래는 이렇게 사적으로 빌려주면 15%의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보통 은행 예금이자가 3% 정도이고 은행 대출 이자는 10%였기 때문에 6%이자가 나도 그 친구에게도 모두 좋은 거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한 거였고 그 친구는 두 말없이 빌려줬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인연이다. 나도 그런 친구가 돼보고 싶었다. 빌려주면서 빨리 갚지 않아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내가 빚지고 못사는 것처럼 그 친구도 그럴 거라고 돈이 생기면 내 돈부터 빨리 갚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그 친구는 처음엔 일하면 금방 갚을 것처럼 말했으나 돈벌이가 예전만 못하다고 힘들어했고 내가 봐도 그런 거 같았으나 2년째 지나면서 나도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전만큼 열심히 일하는 거 같지도 않고 그 와중에 자신의 취미활동은 꾸준히 하는 거 같고 내가 만나자고 하지 않으면 연락도 먼저 안하고 내가 먼저 연락하면서도 굉장히 불편한 마음이었다. 정말 어떻게 하는 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고민이 되어 솔직한 나의 마음을 말하곤 했다. 아무튼 그 친구와 좋은 친구로 계속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하여 드디어 지난달에 돈을 다 갚을 수 있다고 하여 기대했으나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또 기약없이 기다려 달라고 했다. 지금은 마음을 내려놨다. 갚은 돈이 남은 돈보다 많으니 그나마 다행이고 내가 그 돈을 못받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고 계속 친구로 만나다 보면 언젠가는 갚겠지 하는 마음도 생겼다.
다행히 아직 돈도 친구도 잃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친구가 금전적으로 힘들 때 그냥 줘도 될 정도만 주고 절대 빌려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지혜에서 나온 옛말은 틀리지 않음을 또 한번 절감했다.
걍걍쉴래(lkseo7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