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춘절 기간 이동 인구가 연인원 90억명 이상이 예상된다는 중국을 피해서 2월초 일찌감치 서울로 들어왔다. 그동안에도 애가 방학이 될 때마다 서울을 드나들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3년여 동안의 코로나가 기억의 깊은 공백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기억의 유효기간이 짧아진 것인지, 오랜만에 서울에서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올해는 결혼을 앞둔 조카의 배우자가 인사를 오기로 해서 더더욱 잔칫집처럼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고 기름 냄새 피우며 전을 부치며 부산을 떨다 보니 ‘이런 게 바로 명절이지’ 싶었다. 과거 한창때는 집에 찾아오는 친척들이 많아서 일회용 그릇을 써야 하나 싶을 정도였는데, 언젠가 부터 다들 일가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발길이 뜸해지니, 명절을 보내기가 무척 간소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가족 인원수가 더이상 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던 중이었는데, 드디어 오랜만에 가족 구성원이 될 ‘뉴페이스’가 나타난 것이다.
새 얼굴을 환영하며 서로 좋은 얘기들이 오가고 ‘호호 하하’ 하다 보니 오랜만에 시끌벅적 훈훈한 설날이 되었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새 생명’도 환영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섣부른 상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은근 기대가 되기도 했다.
새 얼굴 맞이 준비로 부산을 떨며 음식을 만드는 중에 간간히 쓰레기통을 비우러 드나 들다 보니 이상하게도 다른 집 들에서 음식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예전, 분명히 코로나 몇 년 전에는 이런 명절이 되면 비록 아파트라고 해도 각 층에서 퍼져 나오는 각종 전 특유의 기름 냄새가 진동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냄새도 소리도 다 조용한 그런 설날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고, 외부 차량들로 주차장이 꽉 차서 차들을 넣고 빼느라 들락거렸던 일은 어느새 까마득한 일이 되었다. 다들 해외로 여행이라도 간 것인지 아니면 집안에서 조용히 쉬고들 있는 것인지 들고 나는 소리도 없이 명절이라기에는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였다.
차례나 제사 음식을 주문해서 산다는 얘기는 수십년 전부터 듣기 시작했고,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구성도 각 집마다 음식 취향에 맞춰 임의로 한다는 얘기를 들은 지도 벌써 오래되었지만, 어느새 그런 ‘편리함’이 대세가 되어 이제는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하는 것이 드문 경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한때는 집안의 중요한 행사였던 제사도 집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고, 각자가 믿는 종교 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요지부동 집안의 전통을 이어 가리라 생각했던 사촌 오빠네가 집안 제사를 종교 기관에 위탁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벌써 3년 전이다.
나의 부모 세대가 들으면 통탄하고 슬퍼할 일이지만 이제 제사상 따위는 사진자료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조상의 덕’ 따위 운운해 봐야 로봇이 친구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 다음 세대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는 노랫말처럼 세상에 영원한 게 있을까, 하물며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관습이야 말로 시대와 사람에 맞춰야 지속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다쟁이(kijihe202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