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A주 시장 최초의 상장 영화관 체인 기업인 완다영화(万达电影)가 결국 간판을 내려놓고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한다.
회사는 4월 19일 공시를 통해 4월 20일부터 사명을 ‘루이영화오락주식유한회사(儒意电影娱乐股份有限公司)’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증권 코드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완다’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사명 변경을 넘어, 그동안 회사를 상징해온 왕젠린(王健林) 중심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고 계면신문(界面新闻)은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다. 2024년 4월 15일을 기점으로 완다영화의 실제 지배권은 커리밍(柯利明)에게 넘어갔다. 커리밍이 이끄는 상하이 루이 투자관리와 관련 계열사들이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완다영화는 사실상 루이 계열 기업으로 편입됐다. 이로써 과거 지분 구조에 참여했던 왕젠린 일가와 완다 계열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게 됐다. 회사 측은 사명 변경이 새로운 전략 방향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법적 절차와 정관에 따른 정상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다롄 완다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완다그룹은 2023년 자금 압박이 심화되면서 핵심 자산 매각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완다영화 지분도 단계적으로 매각됐다. 2023년 7월 루이 측이 약 22억 위안 규모로 지분 49%를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추가 거래를 통해 총 51% 지분이 넘어가며 경영권이 완전히 이전됐다. 이 거래를 통해 루이 투자 측은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커리밍은 간접적으로 회사 지분 약 20%를 지배하는 실질적 지배자로 자리 잡았다.
커리밍은 1982년생으로 중국 루이홀딩스의 CEO 겸 회장을 맡고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 투자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흥행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 참여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대표적으로 영화 ‘안녕, 리환잉(你好,李焕英)’, ‘송유일다화소홍화(送你一朵小红花)’와 드라마 ‘랑야방(琅琊榜)’ 등 흥행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그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대형 극장 체인을 직접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완다영화는 지난 몇 년간 실적 면에서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2020년에는 약 66억 위안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후 흑자 전환과 적자를 반복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2023년에는 순이익 9억 위안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4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회사는 2025년 실적 전망에서 다시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으며, 순이익 규모는 약 4억8000만 위안에서 5억5000만 위안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극장 운영 효율 개선과 콘텐츠 투자 성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회사는 여전히 중국 내 최대 수준의 극장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직영 영화관은 700개가 넘고, 스크린 수 역시 6000개를 상회한다. 연간 관객 수는 1억 명을 훌쩍 넘는 규모로, 시장 영향력 역시 여전히 강력하다. 해외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호주 자회사인 호이츠(Hoyts)는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극장 사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명 변경을 단순한 브랜드 교체가 아니라 사업 모델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 부동산과 결합된 완다식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콘텐츠 투자와 제작 중심의 구조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극장 산업 자체의 성장 둔화와 콘텐츠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는 여전히 리스크로 지적된다. 결국 루이영화로 새 출발한 이 회사가 향후 어떤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시장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