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와 함께 중국 최대 자동차 전시회로 꼽히는 상하이 모터쇼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성대한 막을 올린 가운데 한국 현대, 기아, 제니시스를 비롯한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등 브랜드가 모터쇼에서 자취를 감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시대재경(时代财经)에 따르면, 올해 상하이 모터쇼는 사상 최대 규모로 1000개에 달하는 국내외 유명 기업이 전시에 참여했다.
올해 전시회의 주인공은 단연 신에너지 자동차였다. 샤오미 자동차, 러다오(乐道) 자동차 등이 모인 6.2H 전시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비야디(BYD)가 주도하는 8.1H 전시관은 네 번의 발표회가 줄줄이 이어져 전시에 열기를 더했다.
체리(奇瑞) 자동차로 대표되는 4.1H 전시관은 중동, 남미 등 지역에서 온 딜러들이 시승을 거듭하며 최신 차량 정책을 문의하기 바빴다. 체리 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모터쇼에 해외 딜러 및 매체 관계자가 약 5000명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뜨거운 모터쇼 열기에도 허전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 현대, 기아, 제네시스 모두 이번 모터쇼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는 지난 2002년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A급 모터쇼 참석 명단에서 사라진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모터쇼의 ‘인파 담당’이었던 전통 럭셔리 브랜드들도 올해는 조용했다. 지난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했던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등 초럭셔리 브랜드들은 일제히 이번 모터쇼에 불참했고 최근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가오허(高合) 자동차, 지위에(极越), 너자(哪吒) 등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이번 모터쇼에서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저조한 실적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승용차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6%에 그쳤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한때 중국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2013년 베이징현대의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해 폭스바겐, GM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연간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한 합자 브랜드로 부상했다. 이후 베이징 현대는 2016년까지 중국 판매량을 100만 대 이상으로 유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의 부상으로 베이징현대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지난 2017년 베이징 현대의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급감한 80만 대로 떨어진 뒤로 2022년까지 6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 상하이 모터쇼까지만 해도 베이징현대는 2023년부터 중국 시장 전략, 브랜드, 서비스, 유통망 4개 분야에 새로운 전환을 하겠다고 천명했고 같은 해 기아도 모터쇼에서 EV6, GT, EV5 콘셉트카, EV9 콘셉트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선보였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하는 대신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상하이에서 브랜드 전략 소통회 겸 순수 전기 플랫폼 SUV 일렉시오(ELEXIO) 글로벌 데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베이징현대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전 세계를 향해’ 전략을 공식 발표하면서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베이징현대는 신에너지 코스의 새로운 여정을 전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인 동펑시트로엥, 동펑 푸조, 재규어 랜드로버도 모두 이번 모터쇼에 불참했다. 대신 재규어 랜드로버는 지난 21일 별도의 소통회를 개최해 중국 발전 전략과 시장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8.1H 전시관에서 격이 다른 존재감을 뽐냈던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는 올해 벤틀리만 홀로 7.1H 전시관에 부스를 마련했다. 올해 페라리는 원제, 아우디와 함께 5.1H 전시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자동차유통협회 전문가 리옌웨이(李颜伟)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00만 위안(1억 9700만원) 이상의 신차 판매량은 2만 1000대로 전년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올해 1~2월 벤틀리, 롤스로이스, 페라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의 판매량은 일제히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람보르기니의 하락 폭은 전년 대비 –67.3%으로 가장 컸다.
유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