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간지옥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지만 설마하니 영화나 음악조차도 김정일이 골라준 것
외에는 보면 처벌받는 인간생지옥 인줄은 정말몰랐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0 북한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친구’ ‘조폭 마누라’ ‘투캅스’ 같은 영화를 즐겨 본다. 북한 주민의 ‘애호 영화 목록’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도 애호 영화 목록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평양 국제영화제가 열렸을 때 ‘김정일 영화 컬렉션’ 일부가 공개됐다. 북한의 공훈예술가인 장학인 감독은 당시 외신기자들에게 “공화국의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장군님의 명에 따라 6개월간 합숙하며 200여편의 영화를 보고 감상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김정일의 각별한 영화사랑을 선전했다. 그 감상목록엔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트로이’ 같은 미제(美製) 영화도 있었다.
외신(外信)들은 김정일이 수집한 영화를 평양의 3층짜리 보관소에 모아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멜 깁슨이 주연한 ‘브레이브하트(Braveheart)’도 이 보관소에 소장돼 있다. 13세기를 배경으로 잉글랜드의 지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독립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투쟁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를 보관소에 비치한 것을 두고, 김정일이 잉글랜드에 맞서 투쟁하는 월레스와 미제(美帝)에 대항해 주체조국을 지키는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이 골라준 영화나 음악을 제외한 외부 문명을 접한 주민들을 처벌하고 있다. 이달 초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북한 관련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2000년대 들어 밀려드는 외부 정보로부터 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한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불법 라디오가 대거 몰수되고 한 해 30만~40만개의 DVD가 압수됐다고 한다. 남포시의 한 주민은 DVD 타이틀을 2000개 넘게 복제한 이유로 처형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수십개도 아니고 수십만개의 DVD가 이미 나도는데 세상 어느 정권이 그 유입의 파도를 막을 수 있을까. 김정일이 보여주는 것 말고 자기 마음대로 영화 한 편 보고 노래 한 곡 듣고 싶은 북한 주민들 욕구가 해일처럼 북한을 휩쓸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총칼을 앞세운 독재자의 공포(恐怖)도, 그 공포로 지탱해온 정권도 쓸려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