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스스로 ‘김정일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3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핵무기와 인공위성’를 꼽았는데 2차례의 핵실험 실시와 달리 정작 그들이 말하는 ‘인공위성’ 발사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당초 북한은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장거리미사일을 쐈으나 실패하자, 이번에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맞이하여 또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 시기에 ‘김정일 유훈의 관철’을 내세우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것은 과거 김정일이 김일성의 3년 상을 치른다며 ‘유훈통치’를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당시 김정일이 ‘죽은 김일성’의 권위에 매달려 북한체제의 최대 위기였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넘겼던 것을 본 딴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죽은 김정일’의 유훈을 앞세우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4월 공식적으로 최고도자의 자리에 오른 뒤 첫 번째 강조한 것이 ‘인민생활의 향상’이었다. 하지만 8개월이 다되도록 인민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이다. 또 군의 경제기득권을 환수했지만 북한 군부의 불만이 목에 차있고, 나름대로 경제개혁조치를 담았다던 ‘6.28 방침’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1년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8억 5천만 달러를 들여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하에서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금년 들어 중국으로부터 폭동진압 장비들을 대량 수입했고, 내부소요 사태의 발생에 대비해 대대적인 불순분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은 관저와 별장을 비롯한 전용시설 30여 곳에 장갑차 100여 대를 배치하고 경호원들의 무장도 권총 같은 경무장에서 기관단총 같은 중무장으로 강화되었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보여준 변화된 모습 때문에, 한 때 북한주민들이 기대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북한주민들은 ‘인민생활의 향상’이라는 구호가 헛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가졌던 일말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조짐이 속속 드러나자 위기감을 느낀 북한당국이 ‘김정일 유훈의 관철’을 내세워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를 강행해 상황을 돌파해 보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버지 김정일의 무모한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북한체제를 구하기는 커녕 국력과 재원을 탕진하여 북한주민의 생활을 도탄에 빠뜨리고 체제위기를 더욱 심화시켰을 뿐이다. 모처럼 관계가 회복된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반대할 뿐만 아니라, 재개된지 얼마 안 된 북·일 회담도 벌써 차질을 빚고 있다. 재선된 오바마 미 대통령이 보낸 미얀마발 대북 메시지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

이처럼 아버지가 물려준 ‘핵무기와 인공위성’ 유산은 김정은 체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즉시 발사 준비를 중단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은 선대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결코 범해서는 안된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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