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의 유명 수입약이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절차를 밟으며, 전략 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최근 80개 의약품의 등록증을 공식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다수의 유명 수입약이 포함된다고 계면신문(界面新闻)은 21일 전했다.
지난 15일 저녁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공식 위챗 계정에 따르면, 이번에 등록이 취소된 품목에는 페카화루이(费卡华瑞)의 ‘로라타딘정(氯雷他定片, 10mg)’ 등 다수 제품이 포함됐다. 등록증 취소는 해당 의약품의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의미한다.
이번 취소는 모두 기업의 ‘자진 신청(依申请注销)’에 따른 것으로, 정부의 강제 조치나 안전성 문제 때문은 아니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중국 내 사업전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내린 상업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등록 취소된 80개 의약품 중 55% 이상이 외자계 제약사 제품이며, 나머지는 중국 국내 제약사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국가 의약품 집중구매 및 의약품 가격협상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고, 이에 대응해 외국계 제약사들이 중국 내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항히스타민제 ‘로라타딘정’이다. 페카화루이의 로라타딘정(상품명 ‘可米’)은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사용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중국에서 A급 비처방약이자 A급 의료보험 등재 약품이었다.
페카화루이는 중국과 스웨덴 합작 제약사로, 주로 영양 수액 및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다만 이번에 취소된 등록증은 20여 년 전 발급된 구(舊) 허가증으로, 사실상 ‘구형 품목 정리’ 성격이 짙다. 로라타딘의 원개발사는 미국의 셰링플라우(Schering-Plough)이며, 이후 머크(MSD)와 바이엘(Bayer)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35개 제약사가 로라타딘(10mg) 제제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철수가 실제 환자 치료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등록 취소 명단에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표 호흡기 치료제 ‘흡입용 황산살부타몰 용액(2.5ml:5mg)’도 포함됐다. ‘벤트린(Ventolin)’으로 잘 알려진 이 약은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급성 증상을 완화하는 기관지 확장제로, 한때 GSK의 주력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 품목 역시 국내 제약사들의 집중구매(集采) 입찰(4차)에서 다수의 로컬 기업이 낙찰되면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됐다. 현재 중국에서는 테바(TEVA) 등 해외 기업과 수저우홍선(苏州弘森), 허베이런허(河北仁合) 등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동일 성분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공급은 안정적인 상태다.
‘집중구매’란 중국 의료 정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어로, 의약품 중앙 집중 구매 및 수량 계약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의약품 구매 메커니즘이다.
일부 외국계 제약사들은 향후 집중구매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까지 미리 등록을 취소하며 시장 철수를 가속화하고 있다.
예컨대,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제11차 집중구매 대상에 포함된 ‘메트포르민·엠파글리플로진 복합제(二甲双胍恩格列净片)’의 등록을 자진 취소했다. 이로써 사실상 다음 경쟁에서 철수한 셈이다.
다만 이 복합제는 국내에서도 다수 제약사가 생산 중이며, 2024년 판매 규모가 약 5억 위안에 달할 만큼 수요가 크다.
현재 베이징바이오, 중미화동, 후난후이쩌, 쯔루제약 등 다양한 로컬 제약사들이 이미 동일 성분 제품을 출시해 시장 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규모 등록 취소는 외자 제약사들이 중국 내 사업 전략을 ‘고수익 혁신약 중심’으로 재편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과 시장 개방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외국계 기업들은 기존 제네릭 시장에서 철수하고 혁신 신약·항암제·희귀의약품 등 고부가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신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