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까지 36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 인도, 태국, 미얀마 등 주요 방송사들과 중계권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약 30억 명의 축구 팬이 월드컵을 시청하지 못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7일 홍성신문(红星新闻)에 따르면, 중국 중앙방송(CCTV)의 제시액과 FIFA가 요구하는 금액 사이의 큰 격차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 업계 관계자 장빈(张宾)은 소식통을 인용해 “FIFA는 당초 2억 5000만 달러(3660억원)의 몇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했으나, 여러 차례 협상 끝에도 현재 언론에 보도된 2억 5000만~3억 달러(3660억~4390억원)의 두 배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FIFA가 2026 월드컵 중계권으로 요구하는 금액은 현재 보도로 알려진 20억 위안(4300억원)이 아니라 40억 위안(8600억원)에 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다수 매체는 FIFA가 당초 CCTV에 2억 5000만~3억 달러의 중계권료를 요구했으나, CCTV가 희망가 6000만~8000만 달러(880억~1170억원)를 제시하자, FIFA가 다시 1억 2000만~1억 5000만 달러(1760억~2200억원)으로 가격을 낮추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FIFA는 지난 두 번의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 힘입어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상업 수익 목표를 4년 전보다 72%나 늘어난 130억 달러(19조 440억원)로 책정했다. 특히 FIFA는 4년 전 경험에 비추어 이번 월드컵에서도 중국 시장에 큰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월드컵 당시 중국 관객이 전 세계 디지털 및 소셜플랫폼 시청 시간 중 차지하는 비중은 49.8%로 절반에 달했다. 더우인, 미구(咪咕) 비디오, CCTV는 전 세계 총시청 시간이 가장 많은 플랫폼 순위에서 나란히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4년 전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결승전 경기의 경우, 중국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청 시간은 무려 1억 215시간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총시청 시간의 61.9%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이번 월드컵에도 4년 전과 같은 중국 시청자들의 열정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보편적인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시차 문제가 꼽힌다. 북중미 월드컵의 경기 시간 대부분이 중국 새벽 시간대에 집중되어 있는 데다 중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실패로 밤을 새워 경기를 지켜볼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또, 월드컵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었지만, 대진의 질은 ‘물타기’ 논란으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메시, 호날두 등 세계적인 스타 축구선수들이 무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도 월드컵에 대한 중국 축구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된다.
이 밖에 글로벌 미디어 산업 구도 변화도 드높은 중계권료를 섣불리 지불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90분 경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주의력 분산, 콘텐츠 다양화, AI와 숏폼 콘텐츠 등으로 기존 유선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타격을 입고 있어 매년 오르기만 하는 스포츠 중계권료 구도도 점차 변화가 생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FIFA가 주요 국가에 제시한 2026 월드컵 중계권 가격은 미국(Fox Sports) 약 4억 8000만 달러(7030억원), 영국(BBC+ITV) 약 3억 5000만 달러(5120억원, 2026, 2030년 월드컵 두 대회 패키지), 일본(컨소시엄 공동구매) 약 2억 달러(2930억원), 한국(JTBC) 약 1억 2500만 달러(1830억원), 중국(초기 제시액) 2억 5000만~3억 달러(3660억~4390억원), 인도(초기 제시액) 1억 달러(1460억원, 두 대회 패키지, 추후 3500만 달러로 하향 조정)다.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