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들과 잔을 기울이며 한 해를 정리한다.
“지난 한 해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에도 건강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을 나눠요.”
엄마와 아빠, 우리 부부, 그리고 딸. 다섯 식구뿐인 가족이지만 해마다 연말이면 빠짐없이 송년회를 연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가족만의 작은 의식이다. 상하이에서 20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도 은근히 이 시간을 기다리시는 눈치다. 이제는 한국에 계신 이모들까지 “올해 송년회는 어디서 하니?” 하고 묻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순서는 늘 같다. 남편이 잔을 따르며 부모님께 고개를 숙인다.
“두 분 덕에 올 한 해도 늘 든든한 마음이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 뒤에 조심스레 내민 봉투는 말로 다 못하는 감사의 마음이다.
“이렇게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은데…”하시면서도 “매년 송년회마다 보너스 같은 용돈을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네. 고맙네.” 엄마는 활짝 웃으며 봉투를 받으신다. 그러고는 느긋하고 말수가 적은 아버지를 향해 슬쩍 재촉하신다.
“여보, 새해 덕담도 얼른 해주셔야죠.”
아버지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짧은 덕담을 건네신다. 건강과 평안, 그리고 가족에 대한 바람. 이어서 각자의 새해 목표가 오가며 식탁 위에는 자연스레 감사가 쌓인다.
그렇게 새해 이야기가 흐르던 중, 올해는 딸아이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목표를 밝혔다.
“저의 올해 목표는 남자친구 만들기예요! 올해에는 꼭 솔로 탈출할 거예요!”
고2가 된 딸은 아주 당당하고도 당돌하게 선언했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가는 모습만 보아왔던 터라, 당연히 공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완전히 예상 밖의 ‘동상이몽’이었다. 당황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나를 보더니 딸이 말한다.
“엄마, 오늘 같은 날까지 공부 얘기하는 건 너무 재미없잖아. 응원해줘, 나의 모쏠 탈출.”
솔직함을 넘어선 당당한 요구에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을 보탠다.
“내일이면 한국에 있는 이모할머니들한테도 소문이 쫙 퍼지겠네. 우리 손녀딸, 올해 소원은 꼭 이루어질 거야.”
그 말에 온 가족이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이렇게 웃고, 응원하고, 고마워하며 한 해를 보낸다. 해마다 같은 자리와 순서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지만, 우리는 올해도 웃음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상하이 린(166032364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