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대학생들의 웃픈 졸업 풍경
졸업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장의 증표’이자 ‘기념의 순간’이다. 하지만 중국 대학생들에게 졸업은 하나의 창작 무대이자, 그들만의 유쾌한 반항이기도 하다. 졸업시즌이 다가오면 중국 SNS는 매년 폭발적인 졸업 콘텐츠로 가득 찬다. 기절한 채 쓰러진 졸업생, 폭파된 대학 건물, 영화 포스터처럼 연출된 졸업사진, 쓰레기통 옆에서 전공을 조롱하는 포즈까지. 이게 진짜 졸업사진인가 싶은 장면들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금까지의 세상과 작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졸업사진에 몰빵한 창의력 “기절한 채 도망쳐”
[사진=졸업사진 가이드라인(출처: 샤오홍슈)]
중국 대학생들에게 졸업사진은 ‘한 장의 인증샷’이 아닌, 팀 프로젝트급 연출과 기획이 들어간 콘텐츠다. 샤오홍슈(小红书)에는 아예 졸업사진을 위한 가이드 프로그램과 촬영 장소 추천 리스트가 올라올 정도로 체계적이다. 사진 촬영 전문 스튜디오도 졸업시즌을 겨냥해 “드라마 콘셉트 졸업사진 패키지”를 기획하고, 몇몇 대학교는 자체적으로 졸업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장려한다.
[사진=I’m so tired 릴스 포스팅(출처: 샤오홍슈)]
이들은 단순히 사진만 찍지 않는다. 릴스 제작은 이제 필수다. 특히 인기 릴스 영상 《毕业生精神状态良好》(졸업생 정신 상태 양호)는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SNS를 뜨겁게 달궜다. 졸업생들이 도서관, 강의실, 계단, 식당 등 교내 곳곳에서 졸업복을 입은 채 기절한 듯 쓰러지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다. 배경 음악은 Troye Sivan과 Lauv의 <I’m so tired>. 정신없고 피곤한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정신 상태 양호’라는 자막을 얹어, 그 아이러니가 큰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올해도 기괴한 CG 전, 포토샵에는 한계가 없다!
[사진=포토샵으로 만든 창의적인 졸업사진(출처: 샤오홍슈)]
졸업사진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단연 포토샵이다. 올해도 중국 대학생들의 ‘포토샵 전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대학교 건물 위에 폭탄을 투하하고 도망치는 장면, 머리 위로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합성, 심지어 본인이 등장인물로 변신한 헐리우드 영화 포스터 패러디까지… 이쯤 되면 졸업사진이 아니라 비주얼 콘텐츠다. 학생들은 이 과장된 이미지들 속에 현실을 은유한다. “학교 무너졌으면 좋겠다”, “나는 여기서 탈출했다”, “이게 내 마지막 영화다”와 같은 메시지를 CG와 포토샵으로 비튼다. 포즈와 구도가 예술 수준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웃기고 슬픈 자기 고백이다.
일부는 포토샵을 넘어 직접 CG 프로그램까지 활용한다.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 차원이동을 하는 순간, 혹은 시간의 문을 넘는 설정 등은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연상케 한다. 현실은 벗어나고 싶고, 졸업은 게임 클리어처럼 통쾌하게 끝내고 싶은 그들만의 상상력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사진=학력 쓰레기입니다 졸업사진(출처: 샤오홍슈)]
화려한 포토샵만이 중국 대학생들의 졸업사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학생은 학사복을 입은 채 쓰레기통 옆에 주저앉아 있다. 다른 사진과는 다르게 “学位垃圾”(학력 쓰레기입니다)라는 자조적인 글만 추가해 웃음을 자아한다. 이건 단순한 자조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을 사랑하지 못한 현실을 솔직하게 표현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졸업사진은 이들에게 단순한 기념을 넘어서, 자기표현과 감정 해소의 무대가 되고 있다.
“快逃!” 엎드린 졸업사진의 집단 유행
[사진=不读了,快逃 졸업사진(출처: 샤오홍슈)]
졸업사진 트렌드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단연 ‘기절 콘셉트’다. 학사복을 입고 강의실 책상, 운동장, 계단, 정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엎드린 채 찍은 이 사진들은 일명 “쓰러진 청춘샷”으로 불린다. 공통적으로 옆에는 “不读了(이제 공부 안 해)”, “快逃(빨리 도망쳐)” 등을 적은 종이 한장을 들고 있다. 이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스스로를 향한 조롱이기도 하다. “나는 다 했으니 너희는 지금이라도 도망쳐”라는 자조 섞인 조언은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샤오홍슈에는 이 콘셉트를 따라 한 수천 개의 졸업사진이 올라오며, ‘이유 있는 집단 기절’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다.
졸업논문의 창의력은 졸업사진에 있습니다
[사진출처= 샤오홍슈)]
졸업논문보다 더 열심히 찍는 것이 졸업사진이라는 농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일부 학생들은 SNS에 자신들의 졸업사진을 공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 논문의 혁신성은 졸업사진에 다 들어 있습니다.” “연출에만 이틀, 편집에만 하루 반. 졸업논문보다 힘들었어요.”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창의력을 오직 졸업사진에 몰빵하고 있다. 사진 속에서는 비누방울을 불며 하늘을 나는 장면, 전공 책을 불태우는 콘셉트, 도서관을 탈출하며 날리는 졸업장 등이 연출된다. 그 안에는 4년 동안 겪은 고단함,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다시 일어나야 했던 마음들이 압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수십 장의 졸업장보다 강렬한,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이 된다.
중국 대학생들의 졸업사진은 더 이상 단순한 ‘기념샷’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통찰이자, 유쾌한 작별의식이며, 자기표현의 무대다. 유쾌하게 쓰러져도, 자조하듯 웃어도, 그 순간을 남기는 방식은 지금의 청춘이 세상과 작별하는 가장 창의적인 방법이다. 언젠가 다시 사진을 꺼내볼 그날, 누군가는 회상하며 웃고, 또 누군가는 그때의 치열함을 기억할 것이다. 졸업장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졸업을 어떻게 기억할지 ‘스스로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학생기자 김하연(저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