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이 떠난 도시는 활기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일할 사람, 소비할 사람,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갈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여러 도시가 ‘청년 친화 도시’ 정책을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 아파트와 창업 지원, 청년 야간학교, 15분 생활권 같은 정책은 겉으로는 청년을 위한 생활 지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청년을 도시 안에 머물게 하고, 다시 도시 발전의 동력으로 끌어들이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청년을 붙잡는 도시의 등장
중국의 청년 친화 도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중앙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되어 왔다. 2022년 공청단 중앙(共青团中央) 등 17개 부처는 「청년 발전형 도시 건설 시범 사업에 관한 의견」(《关于开展青年发展型城市建设试点的意见》)을 발표하며 청년 발전형 도시 건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공청단 중앙, 중앙 인터넷정보판공실(中央网信办),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교육부 등 15개 부처가 <청년 발전형 도시 건설 심화와 현대화 인민 도시 건설 지원에 관한 의견>(《关于深化青年发展型城市建设 助力建设现代化人民城市的意见》)을 공동 발표하면서 정책은 더 구체화됐다. 해당 의견은 청년 발전을 도시의 계획, 건설, 거버넌스의 전 과정에 통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 정부는 청년 발전형 도시 건설 정책의 핵심 슬로건으로 “进得来、留得下、住得安、能成业” 를 내놓았다. 이는 청년이 도시로 들어오고, 머물고, 안정적으로 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청년 아파트, 청년 야간학교, 15분 생활권, 직장·주거 균형, 창업 지원, 공공 문화서비스 확대 등이 주요 내용으로 제시된다. 즉 청년 친화 도시, 더 정확히는 청년 발전형 도시(青年发展型城市)는 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일자리·주거·교육·문화·의료를 묶어 청년의 생활 전반을 도시 안에 배치하려는 종합적 정책에 가깝다.
왜 “청년”인가?
중국이 청년을 도시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는 고용 불안과 인구구조 변화가 있다. 청년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문제는 노동시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득이 불안정하면 주거가 흔들리고, 주거가 불안정하면 결혼과 출산 결정도 뒤로 밀린다. 결국, 청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

[사진= 저장대 2025년 가을 채용 행사 현장(출처: 동관시위원회 선전부(东莞市委宣传部)]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중국 도시지역 16~24세 노동력의 실업률은 재학생 제외 기준 16.9%, 25~29세는 7.7%로 나타났다. 또한, 2025년 중국의 출생아 수는 792만 명으로 전체 인구는 전년보다 339만 명 감소했다. 이 수치는 청년정책이 단순한 생활 지원이 아니라 고용, 결혼, 출산, 인구구조 문제와 함께 읽혀야 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은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탕핑(躺平, 누워 있기식 태도)과 바이란(摆烂, 될 대로 되라는 체념적 태도)과 같은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는 단순히 청년 개인의 나태함이라기보다, 과도한 경쟁, 불안정한 고용과 높은 주거비 등에서 나타나는 세대적 피로감에 가깝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과 청년의 자리
청년 친화 도시는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 강요(《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五个五年规划纲要》)가 제시하는 도시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중국의 도시정책은 도시 확장보다 기존 공간의 질을 높이고 생활환경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화 인민 도시, 도시 갱신, 완전한 커뮤니티 등이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청년 친화 도시는 갱신된 도시공간에 누가 머물고, 일하고, 소비하며, 가족을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답변에 가깝다. 청년은 여기서 복지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자·소비자·창업자·문화 참여자·미래 가족 형성의 주체로 설정된다.
항저우가 보여주는 청년 친화 도시
항저우는 청년 친화 도시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 전략과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항저우 관련 연구는 청년 친화성을 “유능한 정부, 유효한 시장, 유기적 사회”가 결합한 모델로 설명한다.

[사진= 항저우의 칭허역참(青荷驿站)(출처: 소후(搜狐)]
실제로 항저우는 ‘춘위 계획’(春雨计划)과 <항저우시 청년 발전형 도시 건설 3개년 행동 방안>(《杭州市青年发展型城市建设三年行动方案》) 등을 통해 청년정책을 제도화해 왔다. 대표적으로 ‘칭허역참’(青荷驿站)은 항저우에 구직·면접을 위해 온 청년에게 7일 이내 무료 숙박을 제공하며, 항저우시는 취업·창업, 임대 정보 등을 연결하는 ‘시민 코드 청년판’(市民码青年版)도 운영하고 있다. 항저우 보도에 따르면 ‘칭허 역참’은 누적 7만 명 이상의 주거를 지원했고, 신규 졸업 예정자 86.4만 명에게 생활 보조금 96.22억 위안을 지급했다. 항저우의 사례는 청년 유치가 단순한 생활 지원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담당할 노동력, 도시 소비, 창업과 혁신의 기반을 확보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청년 친화의 그늘
그러나 청년 친화 도시에도 분명한 그늘은 존재한다. 첫째, 청년 친화가 도시 브랜드 경쟁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도시가 청년 아파트, 창업 공간, 문화거리 등을 내세우지만, 이러한 공간이 실제로 청년의 삶을 안정시키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청년 친화가 도시 이미지 개선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정책의 중심은 청년의 생활 안정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도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둘째, 정책이 ‘모든 청년’보다 ‘도시에 도움이 되는 청년’을 우선할 가능성도 있다. 청년 친화 도시 담론에서는 창업, 디지털 기술, 인재 유치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도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방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학력 청년, 기술형 청년, 창업형 청년을 우선하여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취업 준비생, 저소득 청년, 비정규직 청년, 지방 출신 청년은 정책의 주변부에 놓일 위험이 있다.
또한 도시 갱신이 오히려 청년을 밀어낼 수도 있다. 도시 공간이 개선되고 상업 시설과 문화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임대료가 상승하면 평범한 청년은 오히려 도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청년을 위한 공간은 늘어났지만, 정작 청년이 그 공간에 살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청년 친화라고 보기 어렵다.
청년을 부르는 도시에서, 청년이 남는 도시로
청년 친화 도시는 청년을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주체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청년을 도시 이미지와 인재 경쟁의 자원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고학력 창업 청년뿐 아니라 취업 준비생, 저소득 청년, 비정규직 청년 등 다양한 청년이 도시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청년 친화 도시의 성패는 청년을 얼마나 많이 불러들이는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청년이 그 도시에서 실제로 머물수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청년을 부르는 도시를 넘어, 청년이 남을 수 있는 도시가 될 때 청년 친화 도시는 비로소 이름에 걸맞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학생기자 김시윤(저장대 정치행정학과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