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여름, 본격적인 수박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독특한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수박 감별사(验瓜师)’다. 짧은 시간 내에 수박 겉모습만 보고도 당도, 식감, 심지어 씨의 분포까지 판단하는 이들은 여름철 과일 유통의 숨은 전문가다.
산동성 허쩌시(山东菏泽市)의 남왕점진(南王店镇)은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박 유통지이다. 이곳의 수박 시장은 이른 아침 6시부터 활기를 띤다. 중국 각지에서 모인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 우수한 품질의 수박을 선별한 뒤, 각자의 지역 주요 시장으로 배송한다. 그러나 시장에 나와 있는 수박들은 외관상 크게 차이가 없어 최상급을 가려내기 쉽지 않다. 이에 상인들은 수박이 도착하기 전부터 감별사와 연락해 당도와 식감이 뛰어난 수박을 골라내는 데 도움을 받는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감별사들은 하루 평균 1만 근(약 5톤)에 달하는 수박을 감별하며, 수박 도매상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의 일은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소리’와 ‘손맛’이 생명이다. 손으로 두드린 뒤 나는 울림, 수박 껍질의 진동, 무게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박의 품질을 가늠한다.

[사진=수박을 감별하고 있는 수박감별사(출처: 济南时报)]
경력 10년 차의 감별사 리사오(李少)는 “수박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각자 성격이 다르다. 많이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지만, 한 통 한 통 품질을 골라내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감별사의 수입은 경력과 실력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평균 월수입은 8000위안(약 150만 원)에서 많게는 1만 5000위안(약 300만 원)까지 이른다. 일명 ‘수박계의 감식가’인 셈이다.
최근에는 샤오홍슈, 웨이보 등 SNS에서도 이들의 영상이 인기를 끌며 ‘여름철 최고 인기 직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일부 젊은 층은 짧은 단기 일자리나 체험 알르바이트 형식으로 감별사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직업이 단순히 수박을 두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농산물 유통의 신뢰를 좌우하는 만큼 정확도가 생명이며, 오판 한 번에 계약 전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어 상당한 집중력과 경험이 요구된다. 기계와 AI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지만, 수박 감별만큼은 아직 ‘사람 손’이 정확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여름, 수박 한 통에 품질을 더하는 이들의 손끝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학생기자 김민솔(난징대 국제경제무역학과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