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방영된 〈인재전쟁: 공대에 미친 중국〉 편이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방송은 중국 청년들이 공학을 선택하는 과정과, 그 배경에 놓인 국가 전략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왜 지금 중국은 공대에 미쳤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단순한 입시 트렌드나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를 위한 선택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기술로 설계하고자 하는 집단적 의지와 구조적 전략이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속에는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다큐에서는 중국 최고 명문대학들의 전자공학, 인공지능, 기계공학 등 공학 계열 전공에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치열한 경쟁률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상위 1%의 엘리트 인재들이 너나없이 공대 진학을 선택하는 현상은, 단순한 진로 선택을 넘어 중국 사회 전반의 가치관 변화로 해석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반도체, 인공지능 산업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성과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젊은 공학 인재들이 있다.
창업과 기술, 국가가 이끄는 ‘엘리트 육성 시스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중국의 공대생들이 대학 입학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창업을 꿈꾸고, 이를 당연한 진로 선택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딥시크(DeepSeek)’ 창업자 량원펑처럼 20대 초반의 젊은 기술 창업가들이 인공지능·반도체·로봇공학 등 첨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리콘밸리식 성공 신화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모습은 더 이상 드물지 않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직장’이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가 중국 청년들에게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뒤에는 대학 교육-창업 지원-국가 산업 전략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적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공계 명문대들은 창업 인큐베이팅과 정부 과제 연계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고, 성공적인 기술 창업 사례는 다시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하면서 하나의 창업 생태계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력은 곧 창업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창업은 다시 국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구조다.
중국 정부 역시 이를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우주기술, 반도체 등 핵심 전략 분야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고, 해당 분야에 인재를 집중 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기술 자립’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교육·산업·국가 안보까지 포괄하는 중국의 핵심 국가 전략이다. 이와 같은 전방위적 투자는 곧 우수 인재들의 공학 분야 유입을 더욱 가속화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창업과 기술이 국가 발전의 주축으로 작동하는 중국의 전략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기술 지형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대 쏠림 한국, 인재 유출과 대조적 현실
다큐는 이러한 중국의 공학 열풍을 조명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의대 쏠림 현상과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깊은 문제의식을 던졌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진로를 선호하는 한국 청년들은 여전히 의대와 같은 ‘면허직’에 몰리고 있으며, 이는 입시 경쟁은 물론 교육 정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학, 기초과학, 첨단 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혁신 역량과 미래 기술 주도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실제로 다큐멘터리는 “한국에서는 똑똑한 학생들이 의대에 몰리고, 중국에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공대로 간다”는 말을 인용하며,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방송 이후 열린 KBS 특집 토론회에서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이 아니면, 기술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고 경고하며, 한국의 정책적 대응과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외면하는 사회는 결국 미래를 놓치게 된다는 경고를, 더 이상 흘려들어서는 안 될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중국의 사례는 한국에게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성공 모델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기술에 대한 존중’과 ‘공학 인재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다.
학생기자 손건(난징대 미디어학과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