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과 감정 사이’ 타쯔 문화가 주는 양면성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타쯔(搭子)’라는 단어가 새로운 사회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타쯔는 원래 마작이나 카드 게임을 할 때 함께하는 파트너를 뜻하는 속어였지만, 이제는 특정 활동을 함께하는 관계를 포괄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예컨대 ‘판타쯔(饭搭子)’는 밥을 함께 먹는 사람, ‘류타쯔(旅搭子)’는 함께 여행을 가는 파트너, ‘졘션타쯔(健身搭子)’는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러한 타쯔 문화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현대 중국 청년층의 관계 인식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진짜 친구 사이’ 중심의 깊은 관계에서 벗어나, 목적 중심적이고 효율적인 관계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들은 타쯔를 통해 관계의 깊이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나의 필요를 함께 채워줄 사람’을 찾고 있다.
‘타인 이상, 친구 미만’ 관계의 방식이 바뀌다
중국에서는 ‘他人以上,朋友未满(타인 이상, 친구 미만)’이라는 말로 타쯔 문화를 표현하곤 한다. 말 그대로, 타쯔는 전통적인 의미의 친구처럼 감정을 깊이 공유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특정 활동을 함께함으로써 실질적인 관계의 가치를 주고받는 존재이다. 이러한 관계는 SNS를 통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예컨대 샤오홍슈(小红书)나 웨이보(微博)에서는 ‘饭搭子 구함’, ‘健身搭子 구함’이라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희망자들이 모여있는 위챗 대화 단톡방도 많다. 플랫폼을 통해 낯선 사람과도 가볍게 연결되는 점이 특징이다.
타쯔문화가 유행하는 이유
타쯔 문화가 유행하는 이유는 첫째, 관계에 대한 부담 회피다. 젊은 세대는 깊은 감정 소모를 꺼리며, 책임이 따르는 인간관계를 부담스러워한다. 타쯔는 그에 비해 경계가 명확하고 해체가 자유롭다.
둘째, 목적 중심의 실용적 사고방식이다. 깊은 감정과 시간 등 에너지를 들여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그때그때 내가 필요한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셋째, 혼자보다는 함께가 낫다는 감정적 필요도 작용한다. 외로움이나 무료함을 달래는 데 있어 타쯔는 가장 적절한 형태의 동반자인 셈이다. 하지만 타쯔 문화가 가져오는 문제점도 있다.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들고, 관계의 일회성이 강조되면서 정서적 고립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 문화를 ‘고립 속의 연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타쯔의 전통적 의미

[사진=쓰촨성 청두 ‘타쯔산공원(塔子山公园)’]

[사진=창족(羌族)의 타쯔회(출처: 바이두)]
타쯔는 중국에서 또 다른 전통적 의미를 가진 단어이기도 하다. 표기만 보면 ‘탑’을 뜻하는 ‘塔子’는 지역 지명, 건축물 명칭, 민속 행사를 통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문화적 용어다. 예를 들어 쓰촨성 청두에는 ‘타쯔산공원(塔子山公园)’이라는 유명한 장소가 있으며, 이곳에는 70미터 높이의 ‘구천루(九天楼)’라는 탑형 건축물이 있다.
이 밖에도 지린성의 ‘타쯔산(塔子山)’, 후난성 화룽의 ‘타시이(塔市驿)’, 랴오닝성 링위안의 ‘타쯔고우(塔子沟)’ 등 다양한 지명에 ‘타쯔’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타쯔회(塔子会)’라는 민속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이는 소수민족이 돌탑 앞에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 의미의 타쯔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서, 종교적 신념과 공동체 문화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타쯔’
동일한 발음과 표기를 가진 ‘타쯔’라는 단어가 현대와 전통, 실용과 상징 사이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현대의 타쯔 문화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는 사회현상이자, 중국 MZ세대가 사회적 요구에 맞춰 만들어낸 일종의 생존 방식이다. 반면 전통적 의미의 타쯔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종교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기호라 할 수 있다.
관계의 속도가 빠르고 유동적인 시대일수록,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타쯔 문화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관계의 공식이지만, 그 안에서도 진정성의 가치를 완전히 잃지는 말아야 한다. 중국의 타쯔 문화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중국 젊은층들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학생기자 윤인경(난징대 국제경제무역학과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