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박물관에서 韩中 교류 흔적 찾기
박물관을 탐방하고 감상하는 법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는 얼마나 중국의 역사와 유산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아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
박물관 리터러시(literacy)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필수적인 관람 태도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넘어, 전시된 유물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유물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국 박물관에서 한중 교류의 흔적을 찾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어떠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하며, 동시에 중국 역사문화와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본 칼럼에서는 화동 지역의 박물관과 전시를 돌아보며 박물관 문해력을 키워 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3 중국대운하박물관: 물류와 문화의 교차점, 양저우에서 만나는 대운하의 역사
처음 대운하박물관에 대해 들은 것은 고고학 연구소 선생님들과 함께 양저우를 방문한 때였다. 당시에는 당송 성벽 유적 발굴조사가 마무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선생님들의 눈에서는 양저우시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느껴졌다. 당시 일정 상의 이유로 대운하박물관 방문을 미뤄야만 했지만, 몇 년 후 나는 마침내 양저우를 재방문할 수 있었고, 드디어 이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양저우는 대운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며 가졌던 의문점은 바로 박물관의 규모와 ‘중국’ 대운하박물관이라는 명칭이었다. 대운하의 시작점도, 끝도 아닌 양저우가 어떻게 국가급 대형 박물관을 유치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박물관을 찬찬히 돌아보며 나는 그 배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사진=중국대운하박물관 전경]
행정과 수리공학의 결정체, 대운하
대운하를 단순히 물이 흐르는 수로로만 생각했던 나는 박물관에서 본 수문 모형을 통해 그 안에 정교한 수로 관리 시스템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모형은 수위를 정밀하게 조절해 배가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알기 쉽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대운하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운하 행정과 수리공학이 결합된 복잡한 시스템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청백자 주자]
리본형 청동 못 또한 기존 내 이해를 뛰어넘는 충격을 선사해줬다. 처음 이 유물의 명칭을 보고는 그 둔탁한 양끝 형상이 ‘못’이라는 뾰족한 형상과 매치되지 않아, 전시번호가 잘못 씌여진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두 개의 큰 석재 덩어리 사이에 끼워진 청동 못의 형상을 본 후, 그제야 ‘못’의 본질이 두 개체가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청동 못은 대운하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당대 토목 기술의 정밀함과 견고함을 향상시켰다.
[사진=석재 사이에 사용된 청동 못의 사례]
대운하의 물류 허브, 곡물창고
양저우 대운하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수나라의 곡물창고 유구였다. 이 유물은 대운하가 물자 운반을 넘어서 당시 경제와 물류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줬다.
대운하 주변의 곡물 창고들은 물자의 수송과 저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중요한 시설이었다. 특히 곡물이 대운하를 통해 유통되며, 이 창고들은 경제적 중심지로서 물자의 흐름을 책임졌다.
가장 눈에 띈 건 창고 설계였다. 창고는 통풍을 위해 다층 구조로 설계되었고, 일부는 지하에 묻혔다. 이 설계에는 물류와 보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양저우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사진=전시된 곡물창고 모형]
대운하, 문화와 산업의 흐름을 형성하다
양저우 대운하박물관에는 다양한 시기와 용도의 도자기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박물관 곳곳에는 실제 운하 유역에서 출토된 도자기 파편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대운하를 통한 물류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도자기는 충격에 약하고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대부분 물길을 통해 이동되었다. 대운하의 발달에 힘입어 수로 근처에 위치한 도자 가마들이 발달한 점을 보며 대운하가 단순한 물자 수송을 넘어서, 산업 발달의 촉진제 역할에도 기여한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사진=대운하를 통해 운반된 도자 출토품]
2층 수양제 특별전시실에서 마주한 청자연화문고족반은 대운하가 남긴 문화적 기능의 실례다. 고운 청자에 정교하게 새겨진 연화문은 불교의 중요한 상징인 ‘연화화생’을 표현한 것으로, 대운하를 통해 남방으로 점차 퍼져나갔다. 중원에서 시작된 불교 문화의 확산이 이 도자기와 같은 문화적 물자를 실은 선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대운하 위에 실렸던 도자기는 단순히 물자를 운반하는 의미를 넘어, 문화의 전파 매체로서도 기능했다.
[사진=중국대운하박물관 소장 청자연화문고족반]
박물관을 나서며
출구로 향하는 곳에 위치한 제 3전시실은 당시의 양저우를 체험해볼 수 있는 전통 건물들과 복식, 공예품들로 가득하다. 거리를 지나는 동안 천장에 설치된 패널로 밤낮이 바뀌는 조명은 시간여행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특히 시간마다 내리는 인공비는 강남의 정취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해 준다.

[사진=양저우 전통 거리를 복원한 제 3전시실 전경]
양저우는 근대 외국 자본 유입 이전까지 중국 전역의 제1상업도시로 기능했다. 현대의 경제도시 상하이에 살며 과거 상업의 중심지를 방문하는 경험은 우리에게 보다 다층적인 의미를 제공해 준다. 양저우에서 대운하를 따라 흐른 물자와 문화, 그 속에 담긴 중국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그 흐름을 한번 더 곱씹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扬州中国大运河博物馆>
•주소: 江苏省扬州市广陵区汤汪街道运博路1号
•시간: 화요일-일요일 9:00-17:00(입장 마감 16:30),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여권 지참, 방문 전 위챗 예약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