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한중 수교 33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2년 8월 24일 양국이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한중 관계는 정치·경제·문화·사회 전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해왔다. 사드 이슈와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양국 간 갈등과 냉각기를 겪기도 했지만, 수교 33주년을 계기로 양국은 다시 우호와 협력의 가치를 확인하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광복 80주년과 항일 전쟁 기념, 한중 영화제 개최
지난 21일 서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과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한중 영화제가 성대히 개최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주한 중국대사관, 중국 중앙방송총국, 주한중국문화원,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와 한국 독립운동가 후손, 우호 협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이빙 대사는 축사에서 “오늘날 일부 세력이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나, 중국과 한국은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해온 것은 양국 국민의 이익과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며 선린우호의 방향을 견지하고, 더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 참석자 또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한중 양국이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평화를 지향하며 더 밝은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역사적 연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한중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통령 특사단 파견, 양국 간 소통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4일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특사단은 27일까지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특사단에는 김태년·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이 함께한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박 전 의장이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과 한국은 옮길 수 없는 가까운 이웃으로, 수교 후 33년간 양국 관계가 전면적으로 발전해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또한 “양국이 수교 초심을 지키고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을 추구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 정상이 직접 교류를 재개하는 첫걸음으로, 향후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국회의장단 방중, 전승절 기념행사 동행
한중 관계 개선의 흐름은 의회 차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는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로 준비한 행사로, 해외 정상급 인사들도 대거 초청될 예정이다.
우 의장의 방중에는 여야 의원들이 함께 동행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김태년·박정·홍기원 의원,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방중은 단순히 외교적 의례 차원을 넘어, 여야 모두가 한중 우호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술 포럼, 항일 연대를 통한 교훈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학술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 작가 샤녠셩(夏辇生)의 저서 <백범 김구 중국망명기–위대한 유랑(원제: 虎步流亡)>을 중심으로 한중 항일 연대의 역사가 조명됐다.
포럼의 좌장을 맡은 정원식 박사((사)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 소장)는 “김구 선생의 자싱 피난 시절, 중국인 추푸청 선생 일가의 헌신과 중국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양국은 항일연대의 경험을 토대로 냉각된 관계를 다시 우호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속에서 이미 함께한 연대와 우정을 되새김으로써, 양국이 과거 협력의 역사를 토대로 새로운 우호 협력 관계로 발전시켜야 함을 시사한다.
수교 33년, 새로운 30년을 향해
한중 수교 33주년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3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최근 일련의 행보는 양국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우호 협력의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외교, 의회, 시민사회, 학계 등 다층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교류는 한중 관계가 단순한 외교적 이해를 넘어 역사와 미래를 공유하는 동반자 관계임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고수미 이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