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창업’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취업난과 경기 침체 속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겠다!”라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세대라도, 한국과 중국의 창업 풍경은 전혀 다르다. 한국이 경기 둔화와 투자 위축으로 창업 열기 다소 식은 반면, 중국은 정부와 대학, 산업이 결합한 ‘창업 생태계’ 속에서 여전히 뜨겁다. 같은 청년 세대지만, 한국과 중국의 창업 문화를 들여다보면 그 배경과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한국성장세 속의 현실적 한계
[그림= 한국 대학생 창업자 수(출처: 직접 제작)]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3년 대학생 창업자는 5년 동안 약 52.7% 증가했다. 정부는‘도전! K-스타트업’대회, 초기 창업지원금, 창업휴학제 등을 통해 대학생 창업을 장려해왔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투자 위축의 여파로 대학생 창업팀 수는 전년 대비 7% 감소한 1,860개, 창업자 수는 6.6% 줄어든 1,997명에 그쳤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체 창업 기업은 118만2,905개, 전년 대비 4.5%(–5만5,712개) 줄었다. 특히 청년층 창업 비중은 줄고 프랜차이즈, 배달, 앱 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정부의 지원 제도는 늘었지만, 대학생 창업이 부딪히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창업 초기에는 정부 창업패키지와 대회 상금으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지만,상용화 단계로 나아갈 후속 투자는 거의 막혀 있다.예를 들어, 법인 설립, 세무노무 관리, 각종 인허가 절차 등 행정적 장벽이 학생 개인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는 2017년 ‘SNU 창업지원단’을 설립해 ‘창업학 연계전공’과 ‘SNU Start-up Day’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주 창업팀에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자금과 사무 공간을 제공한다. 연세대학교는 약 200억 원 규모의 ‘연세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해 학생과 졸업생 창업팀의 초기 투자를 돕고 있으며, 고려대학교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정 ‘창업선도대학’으로 매년 수백 명의 학생에게 창업 교육과 시제품 제작비(최대 5천만 원)를 지원한다.
하지만, 특히 의료, 식품, AI 분야는 법률상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자금과 시간이 부족한 대학생 창업팀이 시장에는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기 창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단계 지원과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대학생 창업, 저장대에서 본 ‘열기와 실험’
[사진= 저장대 자금창업원공간(紫金创业元空间) (출처: 바이두)]
반면 중국은 전혀 다른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 항저우 저장대학은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창업 실험실’이다. 2017년 설립된 ‘혁신창업학원(浙江大学创新创业学院)’ 은 아이디어 발굴부터 자금 유치, 법인 설립,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全链条)’ 창업 지원 체계를 운영한다. 저장대 학생들은 1~2학년 시기부터 ‘창신창업개론(创新创业导论)’, ‘창업실습(创新创业实践)’ 등 실습형 교과를 수강하며 창업 역량을 키운다. 이후 학과별 창업경진대회, 스타트업 캠프, ‘인터넷+대학생 창업 경진대회(互联网+大学生创新创业大赛)’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시장성을 평가받는다.
창업학원에는 교수, 기업가, 투자자 등 300여 명의 멘토단이 상시 활동하며, 경영·법률·지식재산권·R&D 자문을 제공한다. 산하 인큐베이터 ‘자금창업원공간(紫金创业元空间)’ 은 저장대 창업의 핵심 허브로, 지금까지 200여 개의 창업팀을 배출했고 이 중 100여 개가 실제 법인으로 성장했다. 또한 교내외 동문이 조성한 ‘창업펀드(校友基金)’ 규모는 약 50억 위안(한화 약 9,000억 원)에 달한다. 창업학원은 정기적인 투자 ‘로연(路演)’을 통해 학생 창업팀과 벤처캐피털(VC)을 연결하고, 우수팀에는 5만~50만 위안의 정부 창업보조금과 무이자 대출을 연계 지원한다.
이 과정을 거친 창업팀은 학교의 법률, 세무 행정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고, 해외 진출 시 저장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미국·독일·싱가포르 등)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체계적인 지원 속에서 저장대 학생 창업은 AI,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험에서 산업으로, 저장대 창업의 현실화
[사진=인터넷+대학생 창업경진대회(互联网+大学生创新创业大赛)
2024년 중국 ‘인터넷+대학생 창업경진대회(互联网+大学生创新创业大赛)’ 에서 저장대 창업팀은 국가급 금상 10회 이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으로 ‘X-Energy지능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X-Energy智能储能系统)’ 팀은 AI 기반 에너지 효율 솔루션으로 금상을 받고, ‘저장성능과학기술유한공사(浙江星能科技有限公司)’로 법인화되었으며,‘ 지공미래(智控未来)’ 팀은 산업용 로봇 제어 시스템으로 금상을 수상해‘은 특지능과학기술유한회사(恩特智能科技有限公司)’로 성장했다. 또한 ‘구장산법(九章算法)’ 팀은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으로 주목받아 금상을 수상했다. 이 중 일부 창업팀은 이미 연 매출 1억 위안(약 190억 원)을 돌파하며, 대학 내 창업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저장대의 창업 문화는 실제 산업 혁신과 맞닿아 있다. 예컨대 AI 스타트업 DeepSeek(딥시크)은 2023년 7월 설립된 회사로, 젊은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창립자 겸 CEO는 ‘량원펑(梁文锋)’으로, 저장대 전자정보공학 계열 출신이라는 보도가 있다. DeepSeek은 자체 개발한 대형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확보해왔고, 특히 V3 모델을 2024년 말/2025년 초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일부 보도에서는 DeepSeek-R1 모델이 발표되었다고도 전해지며, 높은 성능과 낮은 비용 구조로 “중국판 ChatGPT”라는 수식이 붙기도 한다.
정부가 설계한 ‘창업 생태계’의 비밀
[사진=마란화 창업 훈련 포스터(출처: 바이두)]
중국의 창업 활성화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덕분이다. 국무원은 2024년 《창업 지원 체계 강화 및 품질 제고에 관한 의견 (创业支持体系健全与质量提升意见)》을 통해 교육, 서비스, 보육, 활동이 연결된 ‘전주기(全链条) 창업 지원 구조’를 확립했다. 우선 창업 교육 단계에서는 ‘마란화(马兰花) 창업훈련’ 등 국가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학생에게 경영, 마케팅, 법률 실습을 제공하고, 교내에서는 창업 교과와 멘토링을 의무화했다.
창업 서비스 부문에서는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창업 원스톱 서비스 센터(一件事服务中心)’를 통해 법인 설립, 세무 등록, 임대료 보조, 창업보조금 신청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창업 보육 단계에서는 전국 8,000여 개의 메이커스페이스(创客空间)와 인큐베이터가 연계돼 있으며, 그중 약 30%의 공간은 대학생 팀에 무상 제공된다. 또한 재도전 지원 제도(再创业扶持)를 통해 실패한 창업자에게 재교육과 사회보장 연계를 제공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금융 지원도 체계적이다. 후베이성(湖北省)은 ‘단보대, 온강대, 신용대(担保贷+稳岗贷+信用贷)’ 제도를 통해 누적 1,385억 위안(약 27조 원) 규모의 창업 대출을 실행했고, 대학 졸업생과 귀향 청년의 창업 자금난을 완화했다. 이처럼 중국의 창업 지원은 단순한 보조금 정책을 넘어, 교육, 자금, 보육, 산업 연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국가 차원의 창업 생태계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과 중국 대학생의 창업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의 대학생 창업은 여전히 개인의 열정과 역량에 의존한다. 대학과 정부가 각종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제도적 인프라보다는 창업자의 개인적 도전과 생존 의지가 중심이다. 반면 중국은 정부,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한시스템형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저장대를 비롯한 중국 대학들은 창업을 교육, 연구, 산업이 만나는 ‘혁신실험장’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창업이 “취업난의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중국에서는 창업이“성공으로 가는 기회”로 인식된다. 그러나 두 나라의 청년들에게 공통된 것은 있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다. 그들의 도전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첫걸음이다.
학생기자 장승현(저장대 전자정보학과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