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 정지혜 감독 “타자에서 ‘나’로… 나의 일이 될 수도”
공감, 디지털 성폭력 지원과 피해상담 ‘1366’ 안내
상하이한인여성네트워크 ‘공감’은 제4회 상하이공감영화제를 열고,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는 디지털 기반 성폭력 문제를 다시 조명했다. 지난달 29일 인팅루 올부스에서 열린 영화제에는 약 6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상영작은 중년 여성이 디지털 성폭력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장편 영화 <정순>, 그리고 딥페이크 범죄가 초래하는 피해의 실체와 기술 악용의 위험성을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가짜 얼굴, 진짜 상처>다.
이영미 공감 신임 대표는 “요즘 ‘공감이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반문도 듣는다”며 “이런다고 세상이 당장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공감은 ‘그런다고, 달라지는 일을 하는 단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영화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인 딥페이크, 불법 합성, 몰카, 디지털 성범죄에 주목했다”며 “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피해는 여성과 청소년에게 더 깊고 오래 남는다. 오늘 영화가 관객 여러분 마음속에 오래 기억되길 바라며, 공감이 앞으로도 ‘그런다고, 달라지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이영미 공감 대표(右)와 <정순>의 정지혜 감독(左)]
영화 상영 후에는 영화 <정순>의 정지혜 감독과 함께 상하이 한인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정 감독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첫 상영회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상하이 한인 여성들과 청소년들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현장에서 들을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 질문에 정 감독은 “범죄인지도 모른 채 벌어지는 일이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순과 딸이 겪는 두려움과 공포가 현실 속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는 정순이 성범죄를 겪고, 불특정 다수 앞에 노출되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다. 타인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다가도 어느 순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감정에 닿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관객은 “디지털성범죄라고 하면 주로 10, 20대를 생각하게 되는데 ‘정순’ 이야기는 조금 낯설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 좋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상에서 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더 와닿다. 뉴스에서 보는 자극적인 이슈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가 정순이라는 인물의 삶으로 다가와 더 마음이 무거웠다”고 후기를 전했다.


[사진=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청소년 관객들과 기념촬영, 사인하는 정지혜 감독]
또한 이번 영화제에는 상해한국학교 학생 1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청소년 관객의 시선에서 소감을 전했고, 영화·미디어 분야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은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가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공감은 관객들에게 ‘DELETE IS NOT ERASE’ 메시지를 담은 쿠션 굿즈를 전달하며, “삭제된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디지털 성폭력의 특성을 강조했다. 또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1366’ 번호를 안내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제4회 상하이공감영화제’는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상하이저널, 상하이화동한국IT기업협의회, 상하이한인여성회, 상하이조선족여성협회, 반석부동산, 에듀아시아상하이 등이 후원했다.
고수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