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도시를 운영하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항저우는 왜 가장 먼저 ‘AI 도시’ 실험에 나섰을까. 그 배경에는 알리바바를 비롯한 IT 기업이 모여 있는 기술 환경과, 교통·안전·행정 문제를 사람의 판단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 도시 현실이 있다. 항저우는 이 두 조건을 결합해 City Brain이라는 AI 기반 도시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고, 도시가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항저우 City Brain이 바꾸는 도시의 하루

[사진=항저우 City Brain(城市大脑)]
항저우(杭州)는 지금 ‘AI 도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매일 교통 체증, 공사장 위험, 환경 관리, 생활 민원 같은 수천 개의 도시 문제는 기존 방식만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람이 모든 상황을 즉시 판단하고 대응하기엔 도시가 너무 커졌고,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시스템이 바로 City Brain (城市大脑)이다.
City Brain 3.0(城市大脑3.0)은 도시 전역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아 분석하고, 위험을 예측하거나 최적의 대응 방법을 제안하는 최신 AI 기반 도시 운영 플랫폼이다. 항저우는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행정 기능을 ‘원 네트워크 통합 운영(一网统管)’체계로 묶어, 하나의 도시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City Brain 3.0을 움직이는 디지털 트윈과 AI 대모델

[사진= 디지털 트윈(数字孪生)
City Brain 3.0(城市大脑3.0)은 두 가지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디지털 트윈(数字孪生)은 현실 도시를 3D 가상 세계에 그대로 복사하는 기술이다. 가상의 항저우에는 도로, 지반, 건물, 지하 배관 같은 모든 요소가 실제와 똑같이 구현된다. 이를 통해, 공사장 주변에 위험 진동, 지반 침하, 폭우 시 침수 가능 지역 등 잠재적 위험을 사고보다 앞서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 AI 대모델(AI 大模型)은 교통 흐름, 대기오염 지수, 공사장 센서 데이터, 날씨 변화처럼 서로 다른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앞으로 몇 분 혹은 몇십 분 뒤 발생할 문제를 예측한다. AI는 예상 상황뿐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까지 제안한다. 이 두 기술이 결합하면서 항저우는 단순히 ‘모니터링하는 도시’를 넘어, 문제를 예측하고 먼저 대응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City Brain 3.0(城市大脑3.0)은 도시를 ‘보는 눈’과 ‘생각하는 두뇌’를 모두 가진 셈이다.
교통, 안전, 인프라를 관리하는 도시 속 AI 시스템

[사진=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City Brian]

[사진=스마트 가로등(智慧灯杆)]
항저우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AI 기반 스마트 신호등(智能信号灯)을 도입한 도시다. 2016년 City Brain 시범 운영 이후 항저우 교통경찰과 알리바바 클라우드(阿里巴巴)는 교차로 차량 흐름을 AI가 분석해 신호 시간을 자동 조정하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 2016~2020년 시범 지역에서는 차량 대기 시간 15% 감소 효과가 발표되었고, 이를 계기로 충칭, 상하이, 난징 등 다른 도시도 항저우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이 수치는 시범 지역 기준이며 외부 기관의 독립적 검증은 진행 중이지만, 항저우 교통경찰은 “AI 신호 제어가 교통 흐름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항저우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스마트 공사 감시 시스템(智慧工地监测系统)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지반 침하, 진동, 지하수 변화 같은 작은 신호까지 실시간 감지해 사고 가능성이 있는 현장을 미리 경고한다. 항저우시 도시관리국 발표(2025)에 따르면 1,700여 곳의 공사 현장이 모니터링되었으며 2,400여 회 이상의 위험 알림이 전달되었다. 이는 항저우가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형 안전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항저우 전역에 설치된 스마트 가로등(智慧灯杆)은 카메라, 온도, 습도, 대기질 센서, 5G 기지국, 비상 호출 버튼 등이 결합된 ‘도시 센서’다. 이들은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City Brain으로 전송한다. 스마트 가로등들은 중국 기업의 FondaCity AIoT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결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묶어 교통, 환경, 안전 정보를 빠르게 파악한다. 기업 발표 기준, 이 플랫폼은 99.5%의 온라인 운영률을 유지하며 수만 개 가로등이 도시의 신경망(神经网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행정, 생활 속 City brain이 바꾼 플랫폼
City Brain은 도시 운영뿐 아니라 시민의 생활 속에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경소애(警小爱)는 교통 법규 위반 조회, 신고 접수, 민원 상담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찰 AI 서비스다. 항저우 공안국에 따르면 경소애(警小爱)는 하루 평균 5만 건 이상의 문의를 처리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행정 처리 시간을 크게 줄게 되었다’는 이용자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경소애(警小爱) 페이지]

[사진= 저리반(浙里办)]
또 다른 핵심 플랫폼인 저리반(浙里办)은 병원 예약, 학교 업무, 주민등록, 세금 처리, 교통카드 충전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해결할 수 있는 생활 행정 플랫폼이다. 행정 업무가 단순해지고 처리 시간이 줄어들면 AI는 항저우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생활 인프라가 되었다. 저리반의 누적 이용량은 3,000억 회 이상으로, 항저우 시민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행정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복잡한 서류 작업이나 여러 기관을 오가야 했던 과정이 크게 줄었고, AI 행정 시스템은 항저우에서 하나의 ‘생활 인프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술이 커질수록 고민도 커지는 AI 도시의 과제
AI 기술로 항저우는 더욱 편리한 도시가 되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도시 전체가 AI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데이터 보안(数据安全)과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노년층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이 소외될 수 있는 디지털 소외(数字鸿沟)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AI 판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알고리즘 편향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항저우는 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 제도 강화, 노년층 디지털 교육 확대, AI 알고리즘 감독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항저우의 목표는 기술 발전 속에서도 시민의 권리가 보호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AI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항저우의 City Brain은 교통, 안전, 행정 전반을 하나로 연결하며 도시 운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AI 대모델을 통해 도시는 문제를 예측하고 먼저 대응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동시에 데이터 보안과 디지털 소외 같은 과제도 남아 있다. 항저우가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AI 도시의 목표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사람 중심의 변화라는 점이다.
(사진 출처: 바이두)
학생기자 장승현 (저장대 전자정보학과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