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거실 벽에서 창문으로 이어지는 공간에 반짝반짝 전구를 달고 도톰한 털실을 활용해 서프라이즈 벽 트리를 만들어 볼까? 식탁보는 트리 모양이 포인트로 들어간 빈티지 스타일로 바꾸고, 캔들 홀더와 컬러 향초도 맞추고… 집 안 구석구석을 딸애 크리스마스 취향으로 꾸며가며 나는 신이 나서 흥얼거리고, 감출 수 없는 설렘과 함께 기분은 내내 ‘맑음 또 맑음‘이다.

이 모든 것들은 대학을 다니는 딸애가 올 해 크리스마스도 상하이에서 우리와 같이 보내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은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이 정도면 나는 딸 바보 중의 최고의 바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어쩌겠나, 그냥 좋은 걸.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딸애가 세상에 온 그때부터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특별한 날이 되었다. 12월이 되면 집을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장식하고,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서프라이즈 선물을 교환하며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함께한 크리스마스 모든 순간들이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하다.

딸애는 한글을 막 익혔을 쯤부터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한창 구름빵 애니메이션에 빠졌을 때는 “산타할아버지, 구름 빵을 선물해 주세요,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으면 날 수 있대요.” 디즈니 팅커벨 시리즈에 빠졌을 쯤에는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예요, 제가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했어요. 산타할아버지, 저는 요정가루가 필요해요.” 그 이듬해에는 “산타할아버지, 애들한테 선물을 나눠주느라 너무 힘드시죠? 저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만날 시간이 없다면 사인이라도 꼭 부탁해요.”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에 사인 공간을 따로 만들어놓고 트리에 조심스럽게 달아 놓기도 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이 됐을 쯤 어느 날, 딸 애는 아주 시무룩하고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수학 선생님이 그러는데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대. 다 만들어낸 거래. 크리스마스 선물도 어른들이 준비한거구.”
뿌지직! 어구야~ 이런 맹랑한 일이. 아~ 정말 이 선생님은 뭐하는 사람이야, 아이들의 로망을 이렇게 와장창 직구로 깨버리다니, 어쩜 감성이 1도 없냐고?! 뭐지? 이 문화적 차이는?
영원한 동화 속 크리스마스 산타의 비밀은 그날 그렇게 우장창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딸과 이런 약속을 했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믿으면 되는 거야, 산타는 영원히 우리 마음 속 로망이니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즐기기로.
물론 그 뒤론 우리는 매년 산타 대신 딸애의 메리 크리스마스 편지를 받았다. 딸 특유의 엉뚱함과 코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10여 통의 편지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터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서 딸아이의 성장 스토리도 같이 보는 것 같아 맘 속 깊은 곳에 잔잔한 감동도 흐른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제 몇 번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올 해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손꼽아 기다린다. 딸과 함께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상하이 린(1660324630@qq.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