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의 작품으로 읽는 중국 1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다. 작년에는 한국의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역대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는 대부분 서구 작가인데, 한편 2012년에 중국에서도 이 상을 받은 작가가 있다. 바로, 모옌(莫言)이다. 한국 독자들이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떠올린다면, 모옌은 ‘중국 문학이 세계에 어떻게 자신을 보여주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거울이 된다. 그의 삶과 문학, 그리고 대표작들의 영화화를 따라가다 보면 농촌과 전쟁, 도시 빈민과 실직, 떠남과 남겨짐의 중국이 한 사람의 서사 안에서 어떻게 압축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옌은 누구인가? – 농촌에서 군인, 그리고 세계적인 작가로

[사진= 모옌(출처: 바이두)]
모옌은 1955년 산동성(山东省)의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났다. 11세에 초등학교를 중퇴한 뒤 인민공사에서 농사와 방목 등 농촌 노동을 하며 자랐고, 목화 가공공장 임시 노동자로 일하다 1976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 중이던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작을 시작해 1981년 처녀작 단편소설 <춘야우비비(春夜雨霏霏)>를 발표했다. 이 시기의 작품 활동은 모옌이 군 내부에서의 입지와 작가로서의 평판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군에서 선전·이론 업무를 맡으며 해방군예술학원 문학과에서 뒤늦게 정규 교육을 이어갔고, 현재는 베이징 사범대학교(北京师范大学)와 인민대학교(中国人民大学)에서 교수•연구자로 활동하며 중국 공산당원이자 국제작문센터 주임,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등을 맡고 있다. 농촌 노동자이자 군인으로 살아온 그의 이력은 훗날 그가 작품 속에서 중국의 농촌과 하층 민중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토대가 되었다.
모옌 문학의 특징
모옌(莫言)은 필명이고, 본명은 관모예(管谟业)다. ‘모옌’은 중국어로 ‘(글로 표현할 뿐) 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현실에 대해 직접 선언하기보다는 인물과 서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창작 태도를 잘 드러낸다. 그는 환영적 사실주의(Hallucinatory realism)를 대표하는 작가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비일상적인 장면과 상상적 요소를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현실감을 체험하게 하는 서술 방식을 구사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모옌은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기도 한다.
모옌의 문학은 어린 시절의 굶주림과 외로움, 그리고 농촌 생활·향토 문화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 공동체의 인물과 사건을 사실성과 상상력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굶주림은 현실의 비참함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시선을, 외로움은 강렬한 상상력과 감각 중심의 세계 인식을 낳았고, 이는 환영적 사실주의 서사 표현이 가능해지는 정서적 토대가 된다. 그는 환상과 과장, 기이함을 활용해 현실의 모순과 인간 운명을 드러내며 개인적 체험을 집단적 보편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농촌 방언과 구어체, 은유·감각 묘사 등을 구사해 서사의 생동감과 파격성을 높이며,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모옌 특유의 독창적이고 강렬한 문체를 만들어 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 <개구리(蛙)>

[사진= 중국에서 출판된 <蛙>(출처: 바이두)]

[사진= 한국에서 출판된 <개구리>(출처: 네이버)]
모옌의 대표 작품 <개구리(蛙)>는 농촌 산부인과 의사의 삶을 통해 중국의 계획 생육, 즉 한 자녀 정책 아래에서 벌어진 출산과 단속의 역사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과 공동체에 남긴 상처와 윤리적 딜레마를 드러내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개구리>는 극작가 커더우(蝌蚪)가 일본인 작가 스기타니(杉谷)에게 보내는 다섯 통의 편지와 마지막 9막 희곡으로 구성된다. 편지 형식의 서사 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고모이자 농촌 산부인과 의사의 삶을 되짚는다. 50여 년간 수많은 아이를 받아냈던 고모는 한때 생명을 살리는 의사였지만, 정책이 강화되면서 강제 낙태와 불임수술, 초과 출산 단속까지 집행하는 역할을 떠맡으며 생명을 살리고 끊는 일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인물로 변한다.
제목 ‘蛙(개구리)’는 ‘娃(아이)’와 발음이 같다는 점을 활용해 출산과 생명을 상징하며, 작품 전반에 반복되는 개구리의 울음과 이미지는 출산의 기쁨과 공포, 낙태·유산, 태어나지 못한 생명들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은유로 기능한다. 소설은 국가 정책이라는 거시적 주제를 구호나 논쟁이 아니라 한 인물의 기억·죄책감·트라우마를 따라가는 서사로 풀어내며, 현실적인 농촌 생활 묘사에 환상과 과장, 기이한 장면을 결합하는 환영적 사실주의를 통해 농촌 여성·아이·가족·지식인 세대의 몸과 정신에 남은 상처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이 때문에 <개구리>는 한 자녀 정책의 찬반을 가르는 논설이 아니라, 현대 중국 사회가 치른 대가를 보여 주는 문학적 기록이자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참고 텍스트로 읽힌다.
소설 속 한 자녀 정책은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라, 농촌 산부인과 의사의 일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힘으로 그려진다. 고모는 마을별 가임 여성 명단을 관리하고, 집마다 찾아가 임신 여부를 확인하며, 둘째를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나 불임 수술, 피임 기구 삽입을 권유한다. 설득과 회유로 시작된 개입은 위에서 내려오는 출산율 목표와 실적 압박, 아들을 원하는 농촌 가족의 요구가 맞부딪히면서, 밤중에 들이닥치는 단속과 강제 이송, 남성에 대한 정관수술까지 동원되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진다.
한때 “생명을 받아 주는 손”으로 존경받던 고모는 초과 출산을 단속하는 ‘국가의 손’이자 마을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고, 낙태와 출산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여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되풀이되면서 공동체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금이 간다. 작품 후반부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는 더 이상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자신이 끊어낸 수많은 태아의 울음과 겹쳐 들리는 환청으로 바뀌고, 고모는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모범적인 공무원이자 유능한 산파로 남아 있으면서도 밤마다 불면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모옌은 이런 장면들을 통해 한 자녀 정책을 정책 성과나 출산율 같은 숫자로 평가하기보다, 국가가 출산을 관리하는 사고방식이 한 개인의 몸과 정체성, 마을 공동체의 신뢰를 어떻게 바꿔 놓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인구를 줄이기 위해 아이를 낳지 못하게 만들던 과거의 정책이, 오늘날에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이유로 다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뒤집힌 동아시아의 현실을 떠올려 보면, 〈개구리〉가 기록한 것은 특정 시기의 중국만이 아니라 “누가 누구의 몸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학생기자 박다인(저장대 중어중문학과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