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 총영사 20년 “누가 교민의 곁에 있었는가”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단순한 외교 공관을 넘어선다. 화동지역을 관할하는 이 공관은 중국 최대 경제 중심지이자 한국 주요 기업이 밀집한 지역의 ‘현장 외교’ 거점이다. 이런 이유로 매번 총영사 인선을 앞두고 “과연 어떤 사람이 적임자인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최근 20년간 상하이 총영사직에는 외교부 출신, 학계 인사, 정계 인사가 고루 임명됐다. 학계 출신으로는 국제법 전문가 김정기 전 총영사, 국제관계학자 한석희 전 총영사가 있었고, 정계에서는 구상찬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선원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재임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외교부 경력 인사들이 이 자리를 맡아왔다. 그렇다면 상하이·화동지역 교민들이 바라는 ‘적임자’는 어떤 인물일까.

외교관: 안정적 관리 vs 거리감
외교부 출신 총영사들의 강점은 분명하다. 외교 프로토콜과 중국 당국과의 공식 소통에 능숙하고, 사건·사고 대응이나 중앙정부 보고 체계도 안정적이다. 대사관·외교부와의 호흡이 원활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교민 사회에서는 종종 “체감도는 낮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중국 정부와의 외교 역량은 인정받지만, 그 성과가 교민과 기업의 일상적 문제 해결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 기업과 교민의 생활 민원이나 현안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거나, 교민사회 현장에서의 요구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학계: 정책 이해도 vs 실무감각 한계
김정기, 한석희 전 총영사로 대표되는 학계 출신 인사들은 국제정치·국제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을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한중 관계의 큰 흐름 속에서 총영사관의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를 했다. 특히 외교 현안을 설명하는 능력, 교민 대상 강연 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위기 대응이나 행정 집행 면에서는 외교 관료에 비해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두 전 총영사는 학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각각 이명박·박근혜 선거캠프 출신으로 사실상 ‘보은 인사’라는 정치적 맥락에서 임명됐고, 연구와 학위 과정이 미국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중국 외교 현장을 다루는 데 필요한 지역 전문성과 실무 감각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계: 소통과 돌파력 vs 정치적 임명 논란
정계 출신 총영사들은 강한 대외 소통 능력과 정치적 감각을 바탕으로 교민 사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국내 정치 지형과 연결된 인사라는 특성상,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임명’ 논란이 뒤따르기 쉽고, 정권 교체에 따라 평가가 급변하는 구조적 한계 역시 분명했다.
구상찬 전 총영사는 19대 총선 낙선 이후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다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귀임했다. 박선원 전 총영사는 국제정치·안보 분야 전문가로서 정책 메시지 전달과 교민 소통을 동시에 기대받았으나, 부임 후 6개월 만에 귀임하며 최단 재임 총영사로 기록됐다.
교민 사회가 요구하는 상하이 총영사의 조건
이러한 경험을 종합하면, 상하이 총영사는 단순히 외교관·학자·정치인이라는 출신 배경보다 역할 복합성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하이 총영사는 ▲중국 지방정부와의 외교력 ▲대규모 교민 사회에 대한 공공 리더십 ▲기업·문화·교육을 아우르는 종합 행정 능력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즉, 외교 관료의 안정성, 학자의 구조적 통찰, 정치인의 소통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춘 인물이야말로 ‘적임자’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왔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 교민 사회가 분명한 기준을 갖는 일이다.
고수미 기자
[의견조사]
17대 상하이총영사 ‘적임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