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의 밤을 또 하나의 빛으로 채우는 산책로가 문을 열었다. ‘노천 건축 박물관’이라 불리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신춘 등불 전시 천물환채·서마영춘(天物焕彩·瑞马迎春)이다. 이번 전시는 EKA·텐우(天物)와 중국 본토 디자인 브랜드 자연조물(自然造物)이 함께 완성했다. 8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무형문화유산 즈공등(自贡灯会)의 전통 기법과 미감을 도심 속 현대 건축 공간에 녹여낸 도시형 등불 아트 프로젝트다. 총 8개 테마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사실적인 조형과 몽환적인 상상이 교차하며, 산책 자체가 전시 감상인 셈이다.


福이 머무는 입구·전시의 시작, ‘복요춘휘(福耀春晖)’
전시장 메인 입구에는 전통 문루가 웅장하게 서 있다. 치켜 올라간 처마와 붉은 기둥, 푸른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문양은 화려하면서도 단정하다. 중앙에는 새해를 맞아 복이 가득 내려오고 따뜻한 봄의 기운이 세상을 밝힌다는 뜻의 ‘福耀春晖’ 네 글자가 황금색으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瑞马迎春(서마영춘, 상서로운 말이 봄을 맞이한다)’이라 적힌 등불 장식과 유머러스한 인물 조형이 더해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황빛 전통 등불이 처마 아래에서 부드럽게 흔들리며, 공간 전체에 명절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문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돈된다. 지난 해의 여운을 뒤로하고, 복과 함께 새해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 입구 자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비단잉어가 여는 봄의 장면, ‘서리성상(瑞鲤呈祥)’
문루를 지나면 현대적인 건축을 배경으로 궁중에서 쓰이던 ‘궁등(宫灯)’이 모습을 드러낸다. ‘瑞鲤呈祥’은 전통 궁등의 형식을 따르되, 조형은 한층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탑을 얹은 병 형태의 구조, 비단잉어 꼬리를 닮은 받침, 겹겹이 쌓인 등 갓에는 곡선 문양이 유려하게 흐른다. 몸체를 채운 잉어와 넝쿨무늬는 활력이 넘치고, 노란빛 조명은 청록과 주홍색이 어우러져 공간에 따뜻한 리듬을 만든다. 전통 수공예의 감성과 현대 건축미가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물 위를 달리는 빛의 말, ‘서마영춘(瑞马迎春)’
거울처럼 고요한 호수 위에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瑞马迎春’ 테마 조형은 물 위를 달리는 세 마리의 말 형상을 빛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보랏빛으로 저무는 하늘, 물결 위에 겹쳐진 빛의 선. 말의 근육과 골격이 빛의 라인으로 정교하게 드러나며, 정지된 조각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호수에 비친 말의 형상과 청동 건축물, 길게 이어지는 등불의 행렬이 하나의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완성도가 높아, 가장 발길이 많이 머무는 공간이다.



초현실적인 봄의 정원, ‘성마답춘(星马踏春)’
잔디 위에는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의 말 형상이 꽃밭 사이를 유영하듯 배치돼 있다. 발아래에는 보랏빛 꽃등이 겹겹이 피어나 동화 같은 장면을 만든다. 이 말들은 사실적인 묘사 대신 실루엣과 곡선에 집중했다. 갈기와 눈, 귀를 과감히 생략한 조형은 추상적이지만, 오히려 더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달빛과 분홍빛이 만나는 장면, ‘분구영월(粉驹映月)’
전시장 깊숙한 곳, 건축과 등불이 어우러진 공간에 ‘粉驹映月’이 자리한다. 반투명한 말의 몸체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등 위에는 금색과 분홍, 푸른빛이 그라데이션된 날개가 펼쳐진다. 고개를 숙인 말 아래로 물과 연꽃 등불이 겹쳐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다. 현대적인 건축과 분홍빛 조형의 대비가 인상적이며, 조용히 오래 바라보게 되는 장면이다.


천 개의 빛으로 채운 길, ‘천등납복(千灯纳福)’
16동과 26동 사이에는 ‘千灯纳福’ 대형 등불이 펼쳐졌다. 겹겹이 이어진 등불이 하나의 빛의 장막을 이루며, 걷는 동선 자체를 전시로 만들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불빛, 사람들의 그림자가 겹치는 풍경 속에서 도시의 세련됨과 명절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만난다. 이 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복을 담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보랏빛으로 피어나는 밤의 정원, ‘자람생향(紫蓝生香)’
수 미터 높이로 솟은 대형 꽃등 ‘紫蓝生香’은 밤의 정원을 완성하는 설치 작품이다. 보랏빛과 푸른빛이 뒤섞인 줄기 위로 각기 다른 형태의 꽃들이 피어 있다.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따뜻한 조명과 어우러지며, 공간 전체에 생명감이 흐른다. 계단에 앉아 바라보거나 건축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컷이 완성된다.

보석처럼 빛나는 마지막, ‘주옥생휘(珠玉生辉)’
출구로 향하는 길 위에는 반투명 구형 꽃등이 이어진다. 유리 구슬처럼 은은한 빛을 품은 등불들이 밤하늘에 흩뿌려진 듯한 풍경을 만든다. 등불의 온기와 거리의 네온이 겹쳐지며, 산책의 끝을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이 길을 지나며 비로소 밤의 전시가 완성된다.
이번 신춘 등불 전시는 시각적 감상에 머물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맛보고 즐기는 오감만족 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이번 등불축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EKA天物 속 숨은 즐길 거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곤등무(滚灯舞)라 불리는 전통 민속 무용 공연이 춘절 연휴를 맞이해 딱 이틀동안 열린다. 등불을 들고 몸을 굴리듯 회전하며 추는 무용으로 강남 지역에서 전해 내려온 무형문화유산이다. 민첩한 동작과 집단적인 등불 진형을 통해 민간의 지혜와 힘, 길상(吉祥)의 의미를 함께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귀한 공연이니 꼭 감상하길 바란다.
·2.18-2.19 12:00-17:20
·33幢铜堡户外/天空之境


청두의 핫 플레이스 ‘촉연부(蜀宴赋)’ 상하이 상륙
쓰촨성 청두에서 워낙 인기가 높아 예약조차 어렵기로 유명한 레스토랑 ‘촉연부’가 EKA天物에 문을 열었다. 고풍미가 돋보이는 촉연부는 ‘왕조 서사’라는 구성을 가진 공연 레스토랑이다. 선진(先秦) 시대의 예악 연회에서 남송의 풍류 가득한 식문화까지, 천 년의 시간을 따라가며 맛으로 역사를 체험하게 한다. 2월 10일부터 설 명절을 맞아 공연도 새롭게 연출된다고 하니 놓치지 말자. 직원들 모두 전통 복장을 갖추고 서빙을 하고 있어 자리에 앉아 공연을 바라볼 때면 마치 궁중 연회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요리 하나하나에는 이름과 의미가 담겨 있어 음식을 맛보는 동시에 이야기를 함께 음미하는 느낌이다. 정통 쓰촨요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무대 위 공연 수준도 배우들 저마다 긴장감이 넘치는 연기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EKA·天物园区 38幢



Table a Deli
감각적인 무드를 앞세운 이탈리아·프랑스 컨트리 스타일 레스토랑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창의적인 메뉴 구성,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환경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메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시골 요리를 조화롭게 결합해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변주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비주얼과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데다 가격 대비 만족도도 높아, 사진 촬영을 위한 방문은 물론 이국적인 맛을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EKA·天物13幢


apM
한국 동대문을 대표하는 패션 플랫폼 apM이 2026년을 기점으로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다. 푸동에 들어서는 중국 첫 매장은 1월 25일 문을 열었고, 한국 브랜드 1156개와 디자이너 작품 5000여 점을 한 공간에 선보인다. 매일 수천 종의 신상품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점도 이 매장의 핵심 경쟁력이다. 디자인 감각이 살아 있는 건물 안에 익숙한 오렌지빛 조명이 켜지고, 잘 알려진 브랜드부터 시즌 트렌드를 반영한 최신 아이템까지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이 자연스럽게 서울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도 낯설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한국 패션의 흐름을 직접 보고 만지며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EKA·天物10幢
EKA天物의 원래 부지는 1869년 설립된 해관 푸동 공장이었다. 이후 1928년 상하이 항해기기공장, 다시 중선항해과기회사의 산업 시설로 사용돼 온 산업 유산으로 전체 면적은 약 100亩에 달한다. 이후 수령 100년을 훌쩍 넘긴 거목 100여 그루가 울창하게 뿌리내리고, 새롭게 단장한 40개동의 백년 공장 건물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도시 인문 미학 거리’로 변신해 인상적인 모습으로 공개됐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성들여 완성된 상하이 도시 재생 고도화의 ‘대표작’인 상업 거리 EKA·텐우(天物)는 2024년 6월 공식 개장 이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KA·天物 天物焕彩·瑞马迎春
·점등기간: ~3월 8일
·09:00~22:00
·무료
·무료
·浦东新区金桥路535号
*참고: 상하이와우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