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우리가 탈북민이라고 부르는 북 출신 이주자 로기완에 대한 글이다.
[우리가 그를 돕는 것은 오늘날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무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이 아니라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정치적인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놓치게 되는 것은 개개인의 고통이며 이것이 우리의 비극임을 부디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내가 알려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북한의 사정을 끝내 모른 척 지내왔던 나의 지난 날들이 부끄러워졌다. 책을 읽고 나서 비로소 영화로도 이미 만들어진 소설이란 것을 알았다. 무려 송중기가 주연이라고 한다.
소설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인 김 작가는 탈북하고 중국에서 숨어 살다 엄마의 시신을 판 돈으로 도망쳐 브뤼셀에서 난민 생활을 하다가 어렵게 얻은 보장된 난민 생활을 버리고 영국으로 가서 다시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 된 로기완( 앞으로는 ‘로’ 라고 부르겠다. 소설에 ‘로’ 라고 나온다)을 찾으러 무작정 떠난다.
로를 찾으러 온 브뤼셀에서 로를 도와준 ‘박’을 만난다. 박은 자기 손으로 아내를 보냈다. 암 말기에 고통스럽고 죽을 날만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아내를 ‘박’은 자기 손으로 약물을 놔서 죽게 도와주고 그것을 내내 마음에 담고 산다. 김 작가와 박이 헤어지는 날, 박은 아내를 닮은 듯한 김 작가에게 부탁을 한다.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번, 말해주겠소?” 늙어서 감정 따위는 사치라는 박의 여윈 눈동자가 완연히 젖어 있으면서 말이다.
김 작가는 사랑하는 연인 재이를 한국에 두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무작정 로를 찾으러 벨기에에 와있다. 하던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임에도 버려두고 도망치듯 떠났다. 가슴 아픈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들을 위한 성금을 시청자들로부터 모아서 출연자를 도와주는 형태의 프로그램 메인 작가였던 김 작가는 유난히 마음이 가는 윤주라는 아이를 만난다. 명절 연휴라서 시청률이 잘 나올 때 방송을 하면 더 많은 성금이 모일 거라는 사심을 담아 윤주의 방송을 두어 달 뒤로 미루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 사이 예상치 못하게 윤주는 병이 급작스레 전이가 되면서 상태가 아주 안 좋아진다. 김 작가는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로를 만난다는 이유로 윤주와 재이를 두고 한국을 떠난다.
로를 통하여 ‘탈북인’, 이 단어 대신 ‘북한 이탈 주민’ 혹은 ‘북 출신 이주자’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함을 알았고,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시기에 북한에서 대략 이삼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배가 고파서 굶어 죽었단다. 김 작가의 슬픈 눈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고 보려 한 적도 없는 세상, 북한을 돌아보고, 마음 아픈 인생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증여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로의 일기가 박에게로, 박에서 김 작가로, 그리고 그것을 읽는 나에게로. 그 증여의 가치가 어디선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나 울 줄 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눈물까지 애틋함의 시선을 완성하는 글이었다. 북한에 대해, 그리고 나의 작은 친절이 필요한 그 누군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나은수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