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어지는 나의 해외 생활에, 지인이 반가운 풍경이 있을 거라며 선물해 준 책이다.
낯익은 산책로, 늘 지나던 가게 등 내가 살던 동네의 모습들이 책 속 곳곳에 있었다.
사진처럼 세밀하고 사실적인 풍경과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생동감 있게 그린 사람들의 모습에, 어쩌면 진짜 나의 이웃들을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두고 앨범처럼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나만의 보폭으로 걷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말기
‘보통의 것이 좋아’는 산책과 그림을 좋아하는 작가가, 자신만의 속도로 걸으며 마주한 ‘평범한 하루’ 속에서, 영감과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순간들을 그림과 단상으로 풀어낸 그림 에세이다.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그림체는 <불편한 서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등 약 40여 권의 책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작가의 작품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대학 4학년 때 드로잉을 배우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배경 아티스트로 일을 하던 중, 자신이 산책하며 찍었던 사진들을 그림으로 그려 온라인에 올리면서 좋은 반응과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책 표지 일러트스레이터 뿐만 아니라 영화 포스터, 만화애니메이션 등 여러 분야의 그림 작업을 하고 있으며, 에세이 책 작가, 그림 개인전,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발길이 가는 대로 걷듯이, 어느 페이지든 먼저 읽어도 좋은 책이지만, 목차 순서로 읽다 보면 산책과 그림이 저자의 성장에 어떻게 원동력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Part 01. 구석구석, 행복이 닿는 곳을 걷는 법
새로 이사를 와서 낯선 염리동도 서울이기보다는 지방이나 오래된 동네 느낌이 났다. 하지만 골목길에 있는 커피집, 가성비 좋은 빵집, 손두부를 파는 가게, 근처 경의선 숲길 산책로를 걸으며 이 동네에 소속감을 느꼈다. 그 새로운 공간들이 모두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느끼면서 나도 그들처럼 이 마을이 익숙해지고 싶었고, 그러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p.18 염리동)
|Part 02.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어서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이 더 믿음직스러울 때가 있다. 그냥 길가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다들 잘 살고 있구나, 나도 괜찮을 거야’하는 생각이 들면서 위로를 얻는다.
(p.92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Part 03.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냥 좋아
행복은 사물처럼 내가 꼭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류장이나 여행지처럼 내가 잠깐 머무는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손에 쥐려 하지 말아야지. 모두에게 순간마다 부단히 노력해야지.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처럼 행복을 느껴야지.
(p.148 행복은 순간)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 중인 할머니들, 놀이터의 아이와 엄마, 퇴근길을 비추는 작은 서점의 불빛, 하교하는 학생들, 마늘을 가득 싫은 트럭 장사, 담장 사이를 옮겨 다니는 고양이, 계절을 즐기며 꽃구경하는 사람들…….
마치 우리의 모습과도 닮은 그림들은 독자에게 많은 공감과 ‘나의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것들에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더해져 안도감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힘듦이 쌓이면 다시 세상을 확인하러 산책을 한다는 작가처럼, 마음을 소란스럽게 하는 소식과 일들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며 걷고, 보고, 기록하고 싶어질 것 같다.
강명화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