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临安昭明禅寺古道与大仙峰)





상하이에서 당일에 설산을 보고 올 수 있는 산은 많지가 않다. 다명산(大明山), 쓰밍산(四明山), 톈무산(天目山) 정도가 정상에 오르면 순백의 세상을 볼 수 있다. 겨울이 오면 눈길을 걷고 싶은 설렘이 있지만 눈은 쌓이지 않고 쉽게 녹아버린다. 1월과 2월 매주 일요일 산행을 하면서 순백의 설산을 볼 수 있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춘절이 다가오는 주말에 설산을 볼 수 있었다.
등산로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소명선사 옛길과 대선봉으로 린안의 동톈무산 자락인 선롱천(神龙川)에서 출발해서 마공팅(马公亭), 오리팅(五里亭), 칠리팅(七里亭), 일천문(一天门), 구리팅(九里亭), 소명선사(昭明禅寺), 선인정(仙人顶)을 지나면 정상인 대선봉(大仙峰)에 도착한다. 눈이 하얗게 쌓이면 어디가 길인지, 방향은 맞는지, 천지를 분간할 수 없는 상황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지만, 눈길을 뚫고서 한발한발 걷다 보면 어느 샌가 목적지에 올라서 순백의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오랜 역사의 소명선사(昭明禅寺)





등산로 입구에서 소명선사까지는 십리(十里) 길로 멀다면 멀 수도 있지만 도전해 볼만한 아름다운 산길이다. 소명선사는 양나라 때 지공법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역사가 1500여 년이 된다. 중국 역사상 첫 문집을 펴 낸 양나라 태자인 소명은 이 사찰에서 장기간 참선하면서 불도를 닦았다.
후인들은 소명태자를 기려 이 사찰명을 ‘소명선사’라고 개칭하였다. 현재는 사찰이 화려하고 웅장해서 옛 느낌은 남아있지 않다. 소명선사까지 올라가는 옛길은 울창한 삼나무와 맑은 계곡물이 멋지게 흐르는 곳으로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고 중간중간에 올라온 거리를 알려주는 정자가 이정표 역할을 한다. 칠리팅에서 일천문을 지나면 구리팅이 있고 계속 올라가면 소명선사가 나온다. 등산로 입구에서 사찰까지가 약 10리로 4km 정도의 옛 산길을 걸어야만 소명선사에 도착한다.
소명선사를 찾아가는 옛길의 멋






산허리를 돌고 돌아 올라가는 옛길은 흙길도 있고 돌계단도 있지만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오솔길로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향기와 색채와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요한 산속에서 바람결에 느껴지는 매화향기가 얼마나 그윽하고 황홀한 느낌인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고, 새하얗게 쌓인 눈 아래로 보인는 진한 갈색의 돌들과 푸르른 대나무 숲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새하얀 산속을 사그락 사그락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갈 때 느껴지는 짜릿함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매력있는 추억을 남겨준다. 순백의 산길을 걷다보면 남겨진 발자국이 나의 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는지, 그 아름다운 풍경에 내가 얼마나 취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발자국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불어오는 바람속에 스며있는 매화향기가 얼마나 그윽하고 황홀한지 자연이 주는 기쁨이 삶을 풍요롭게 느끼게 한다.
대선봉 (大仙峰)


소명선사 뒤쪽으로 산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선인정과 대선봉으로 가는 야생의 길이 나온다. 아직 등산로가 다듬어지지 않은 산이라 대나무숲과 나무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 눈이 하얗게 덮여 있어 길도 잘 보이지 않고 경사는 가파르고 험해서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소명선사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고 나면 십리(十里) 길도 걸어왔는데 정상까지 남은 오리(五里) 길 정도는 거뜬하게 걸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감하게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생각만으로 되는 것도 없고 행동으로 옮겨도 만만치가 않은 산행이었다. 눈길은 미끄러지기 쉽고, 다리는 짧아서 성큼성큼 걸을 수도 없다. 몸을 민첩하게 움직여 재빠르게 가고 싶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아서 고지가 멀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한발한발 조심스럽고 성실하게 걷고 또 걷다보니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설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산행의 즐거움


산행을 하다보면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기대감이 생긴다. 봄에는 온 산이 꽃으로 가득한 화려한 봄날을 기대하고, 여름에는 맑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유유자적 더위를 날리는 짜릿하게 차가운 계곡물을 기대하고, 가을에는 불꽃처럼 붉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을 기대하고, 겨울에는 순백의 황홀한 설경을 꿈꾸며 산행을 한다.
산행하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이 모든 것을 나무는 꽁꽁 얼어붙은 설산에서 온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경험한다. 산속에 나무들은 사계절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서 나이테에 새겨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마지막 추위가 지나면 나무는 훈장처럼 나이테 하나가 생겨나겠지만, 우리는 늘어나는 숫자만큼 한 살 나이를 더 먹는다. 나무들이 사계절을 온몸으로 겪으며 새겨가는 나이테처럼 나도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풍요로운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기도하며 눈길을 걷는다.


가는 방법
상하이송장역(上海松江站)에서 7시 27분에 출발해서 항주동역(杭州东站)에 8시 10분에 도착했다. 항주 동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서호문화광장(西湖文化广场)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서 루딩루(绿订路)에서 16호선으로 갈아타고 종점인 구주(九州)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인 동톈무산 선롱천입구(东天目山神龙川入口)까지 갔다.
• 상하이송장역(上海松江站)-항주동(杭州东站): 43분 소요
• 기차요금: 53元
• 지하철요금: 11元
• 택시요금: 45元
• 입장료: 무료
• 목적지: 소명선사옛길과 대선봉 (临安昭明神寺古道与大仙峰)
•주소: 杭州市临安东天目山昭明神寺古道
글·사진·그림_ 정은희
상하이산악회 단체방을 운영하며 매주 상하이 인근 산행을 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상하이리포터, 한국컬러앤드패션트렌드센터(CFT) 패션애널리스트, 상하이 <좋은아침> 기자로 활동했다. (wechat ID golomb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