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wing, 뒤로 가지만 모두를 앞으로”

상하이대한체육회 고문으로 활동 중인 이기현 고문은 조정을 통해 중국과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대학시절 처음 노를 잡은 이후 선수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정과 함께 삶의 방향을 넓혀왔으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조정 보급과 교류에 힘써왔다. 특히 중국에서 조정을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 스포츠로 확장시키는 과정에 참여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왔고, 대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환경 캠페인과 국제 교류 활동을 통해 조정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그의 여정은 ‘물 위의 스포츠’가 건강과 환경, 교육과 비즈니스에 새물결을 일으키고, 사회와 도시,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조정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 1973년 대학교 1학년 때 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외국어대 등 일부 대학에서만 하던 종목이었고 대중적으로는 매우 생소한 운동이었다. 우연히 조정하는 사진을 보고 굉장히 멋있는 스포츠라는 인상을 받았고 수상 스포츠 특유의 매력에 끌려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학 4년 동안 팀에 소속되어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 메달도 따며 선수로 활동했다. 국가대표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학 경쟁 레벨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본격적으로 조정에 다시 참여하게 된 배경
–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MBA 과정을 포함해 약 18년 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그 기간에는 학업과 사업에 집중하느라 조정을 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전통이 끊겼던 4개 대학 조정대회를 다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대한조정협회 회장이 국제 경험을 살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다시 조정에 깊이 관여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조정은 책임과 봉사의 영역으로 확장됐다고 본다.

국제 무대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 2013년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대한조정협회 국제이사로 활동했고 유치위원회 단계부터 세계조정연맹을 상대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국제심판과 세계조정연맹 임원, 아시아조정연맹 사무총장 등을 맡으며 약 12년간 국제 스포츠 행정에 참여했다. 모든 활동은 봉사직 이였지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강국들과 경쟁 끝에 한국이 유치에 성공했고 약 80여개국이 참가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은 한국 조정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사진= “2026 Shanghai Climate Week” 상하이 기후 주간 개막식, ‘4·22 세계 지구의 날’ 행사 참석]
중국에서 조정 보급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
– 아시아조정연맹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중국 완커그룹의 왕스 (王石) 회장을 만나, 차기 아시아조정연맹회장 선출을 도우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2014년 중국으로 초청받아 고문 역할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중국의 조정은 약 3200명의 엘리트 선수 중심 구조였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종목이었다. 그래서 조정을 생활 스포츠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수로 사용 허가, 보트하우스구축, 안전교육시스템 정비 등 기반을 하나씩 마련해 나갔다. 그 결과 현재는 중국 전역에 약 400개의 조정 클럽이 생겼고 상하이에도 20개 이상의 클럽이 운영되 고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조정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
– 결정적인 계기는 기업인 대상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왕스 회장이 기업 오너들을 이끌고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한 달 동안 조정과 비즈니스를 함께 경험하게 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매일 새벽 훈련부터, 마지막날 팀 레이스까지 실제 선수와 같은 과정을 체험하면서 참가자들이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후 이들이 귀국해 클럽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이 이루어졌다. 동시에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하버드, MIT 등 해외 명문대 팀을 중국으로 초청해 교류 대회를 연 것도 조정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정을 통해 교육적 효과를 느끼는 순간
– 처음 조정을 접한 사람들이 마지막 레이스 구간을 경험할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8명이 한 보트에서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고 리듬을 맞추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 순간 참가자들은 팀워크와 리더십이 무엇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조정은 말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깨닫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의미를 가진다.
교민들도 중국에서 조정을 접할 수 있나
– 가능하다. 상하이는 수로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접근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장비와 코치 비용이 들어가기 비용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4명 정도가 모이면 시작할 수 있고 약 20회 정도 훈련을 하면 기본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조정이 자녀 교육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운동인가
–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조정은 팀워크와 집중력, 지구력, 시간 관리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종목이며 특히 해외 대학 진학 시에도 긍정적인 비교과 활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명문대 학생들이 바쁜 학업 속에서도 조정을 병행하는 이유는 이러한 복합적인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조정이 환경 캠페인과 연결된 배경
– 조정은 물 위에서 이뤄지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연과 가장 밀접한 스포츠이다. 그래서 환경 메시지와 결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2021년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약 2000km에 이르는 대운하를 조정으로 종주하며 ‘ZERO Carbon, CLEAN Water’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후 전 세계 200여 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조정인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 이용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등 생활 속 환경 행동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조정은 환경 의식을 행동으로 바꾸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스포츠이기도 하다.
조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 조정은 뒤로 가는 운동이지만 결국 모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스포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팀 전체의 호흡과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협동, 희생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러한 특성은 삶의 방식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조정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고 세상과 연결시키는하나의 플랫폼이다.
상하이대한체육회 이기현 고문(Ken Lee)
•Co-founder / Initiator, Global Canal Rowing Action (GCRA)
•Head of International Dept, Deep Dive/Deep Rock group – Sports & Health
•Export Committee Member, WCCO (World Canal Historical and Cultural City Cooperation Organization)
•양저우시 국제회의 대사(Yangzhou International Conference Ambassador)
•前 아시아조정연맹(ARF) 사무총장
•前 세계조정연맹 (FISA) Development Consultant
•前 세계조정연맹 (FISA) Event Promotion Commission 위원
•前 세계조정연맹 (FISA) 국제 심판
•상하이대한체육회 고문
고수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