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 배우 양조위의 방한 소식은 국내 영화 팬들에게 다시 한번 홍콩 영화의 기억을 불어왔다. 1980~90년대 아시아 거리 곳곳에서는 홍콩 영화 배우들의 사진이 담긴 책받침이 유행했고, 영화 속 패션과 대사는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가 되었다. 당시 홍콩 영화는 아시아 대중문화를 이끄는 중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중화권 영화 산업의 흐름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거쳐 오늘날 중국 본토 영화 시장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중화권 영화 산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해 왔을까.
초기 중화권 영화 산업

[사진= 영화 정군산의 한 장면(출처: 바이두)]
중화권 영화는 1905년 제작된 〈정군산(定军山)>에서 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극 공연을 촬영한 기록물에 가까웠지만, 중국 영화사의 시작점으로 의미를 갖는다. 이후 상하이는 서구 문화 유입과 국제 조계지의 영향 속에서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1920~30년대 영화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영화사와 스타 시스템, 장르 영화가 형성되며 첫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중일전쟁과 정치적 혼란으로 제작자들이 홍콩으로 이동하면서 산업 기반이 재편됐다. 20세기 중반 이후 홍콩과 대만이 중심지로 떠올랐고, 1970년대 이소룡의 〈당산대형>, <용쟁호투>가 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중화권 영화는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사진= 당산대형(上), 용쟁호투(下) 포스터(출처: 百度百科)]
중화권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홍콩 영화
1980~1990년대 홍콩 영화 산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홍콩의 지리적·역사적 특수성은 영화에도 반영되어, 중국 전통 소재에 서구적 감각이 결합된 독창적인 스타일이 형성됐다. 무협, 액션, 누아르, 코믹 등 다양한 장르가 빠르게 발전했고, 쇼 브라더스 같은 대형 영화사의 등장은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비교적 자유로운 제작 환경과 빠른 제작 시스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상업 전략이 결합되면서 홍콩 영화는 대량 생산과 장르 실험을 동시에 실현했다.
이 시기 홍콩 누아르는 대표 장르로 자리 잡았으며, <영웅본색>은 그 상징적인 작품이다. 주윤발이 선보인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 스타일은 아시아 전역에서 유행을 일으키며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천녀유혼>은 판타지와 무협을 결합해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고, 왕조현의 이미지는 동양적 아름다움의 기준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이처럼 개성 있는 감독과 배우, 장르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홍콩 영화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 시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확보했다.


[사진= 영웅본색(上), 천녀유혼(下)의 포스터(출처: 百度百科)

[1970-1990년대 홍콩 영화 수출액]
당시 홍콩 영화의 시장 가치 역시 매우 높았다. 영화 한 편의 평균 수입 가격이 약 1억 3000만 원에 달해 당시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 수입가인 약 9천만 원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홍콩 영화 산업의 상업적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높은 시장 가치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홍콩은 ‘아시아의 용’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영화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홍콩에서 본토로: 영화 산업 중심의 이동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홍콩 영화 산업은 점차 변화를 맞이했다. 홍콩 반환 이후 산업 구조와 제작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제작 편수와 영향력도 이전에 비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 인력 유출 등의 문제가 겹치며 과거와 같은 전성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중국 본토 영화 산업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문화 산업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중화권 영화 산업의 중심도 점차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이동했고, 많은 홍콩 감독과 배우들이 본토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주성치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쿵푸허슬>, <서유기: 모험의 시작> 등을 통해 본토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변화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 쿵푸허슬(上), 서유기: 모험의 시작(下) 포스터(출처: 百度百科)]
현재 중국의 영화 시장
2000년대 이후 중국 영화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 영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빠르게 늘어난 영화관을 기반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 영화 시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국무원에 따르면 2024년 박스오피스 수입은 425억 위안(약 8조 원)을 넘었고, 스크린 수는 9만 개를 돌파했다. 전체 흥행 중 국내 영화 비중이 78.68%에 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랑 2>와 <유랑지구> 같은 블록버스터에서 확인된다. 특히 <유랑지구>는 한국에도 소개되며 중국식 SF 영화의 존재감을 알렸고, 중화권 영화 산업의 중심이 본토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사진= 전랑2(上) 유랑지구(下)포스터 ]
중국 영화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산업 규모의 확대를 넘어 중화권 영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홍콩이 아시아 영화 산업의 중심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거대한 자본과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 본토가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홍콩과 대만, 중국 본토가 함께 만들어 온 중화권 영화의 다양한 문화적 특징 역시 여전히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영화 산업 환경 속에서 중화권 영화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흐름과 스타일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百度百科)
학생기자 김시윤(저장대 정치행정학과 1)
